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의 분열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마가 지지자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는 엡스타인 사건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가진 참석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2019년 뉴욕의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이후 정·관계의 유력인사들과 교류했던 엡스타인을 둘러싸고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등의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이슈를 누구보다 제대로 이용했던 당사자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스스로를 ‘딥 스테이트’와 정보기관의 희생양으로 묘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당장 ‘엡스타인 파일’부터 공개하겠다고 약속해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지지자들 상당수는 파일이 공개되면 연루된 고위 인사들이 드러나거나 엡스타인이 자살로 숨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지난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 책상 위에 ‘엡스타인 파일’이 놓여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법무부가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존재하지 않고 타살 증거도 없다고 밝힌 후, 마가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엡스타인의 자살 증거라며 공개한 교도소 폐쇄회로(CC) TV 영상에서 1분이 잘린 것이 드러나자 음모론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마가 지지자들의 불만에 대해 “아직도 엡스타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음모론 제기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에 “마가는 한 팀”이라면서 “결코 죽지 않는 엡스타인이라는 사람을 두고 우리의 완벽한 정부를 이기적인 자들이 흠집 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동안 엡스타인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엡스타인에게 허비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마가 진영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 참석한 마가 유명인사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터커 칼슨 폭스뉴스 전 앵커는 “엡스타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바이든 행정부를 연상시킨다”면서 “내가 표를 준 미국 정부가 ‘사건 종결. 입 다물어, 음모론자야’라는 반응을 보인 건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고문도 “엡스타인 문제는 누가 우리를 통치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MAGA 지지자의 10%를 잃게 되고, 2026년 중간선거에서 40석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