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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중간계투 손동현(24)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5.32로 부진했다. 1승 2패 4홀드 1세이브에 그쳤다. 2023시즌 급성장하며 많은 기대를 받은 터라 지난해 부진이 더 아쉬웠다. 여름에는 허리 디스크로 두 달간 1군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손동현은 “내가 준비를 잘 못 했다.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더 열심히 준비했다. 시즌을 마치고 2주간 일본 치바현 피칭 아카데미를 다녀왔다. 고영표, 김민수 등 팀 선배 투수들이 일본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
이 훈련 기간 배우고 느낀 게 적지 않다. 손동현은 “야구를 좀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손동현은 일본에서 배워 온 ‘힘쓰는 법’을 계속 연습 중이다. 한국 투수들과 일본 투수들 사이 힘쓰는 차이를 알게 됐다.
손동현은 “한국 투수들이 허벅지 앞쪽 근육을 주로 쓴다면 일본 투수들은 뒷쪽 햄스트링과 엉덩이 쪽 근육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쪽 근육을 잘 쓸 줄 알아야 파워나 스피드가 더 나온다더라”고 했다. 손동현은 “영표 형, 민수 형하고 캐치볼 하면서도 배운 동작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 다 같이 배운 거니까 서로 조언해가면서 연습 중”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아쉬움은 있었지만 부상 복귀 이후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후반기 15이닝 동안 5실점만 했다. 평균자책 3.00에 피안타율 0.151을 기록했다. 전반기 평균자책 6.40, 피안타율 0.313에 비해 훨씬 기록이 좋았다. 처음 허리가 아팠을 때만 해도 ‘다시 야구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했는데 빠르게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손동현은 학생 시절에도 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혹시 부상이 오더라도 어깨나 팔꿈치를 생각했지, 허리가 아플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부상 경험이 별로 없었던 터라 걱정이 더 컸다. 처음에는 혼자서 앉고 서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손동현은 “앞으로 야구 경기를 할 날이 훨씬 더 많은데 ‘안 나으면 어떡하지’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잘 안 아픈 몸을 타고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부상과 부진 속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새삼 책임감도 느꼈다. 지난해 4월13일 SSG전, 손동현은 6회 마운드에 올라와 3이닝 동안 65구를 던졌다. 4실점을 했고 KT는 8-11로 졌다. 손동현은 “시즌 시작하고 계속 상태가 안 좋았다. 공 많이 던지면서 좋았던 포인트를 찾으라는 게 감독님 뜻이었던 것 같다. 시즌 치르면서 팀의 1승이 얼마나 중요한데 나 하나 살리겠다고 그렇게 계속 마운드에 두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
손동현도 KT도 지난 시즌 우여곡절이 많았다. 손동현은 부진했고 난생처음 허리 부상도 겪었지만 복귀 이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시즌 중반까지 최하위권을 맴돌던 KT는 후반기 무섭게 치고 나가며 타이브레이크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연달아 이겨내고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당시 ‘그렇게 이기고 올라왔는데 떨어진다고 하면 드라마 작가도 욕을 먹는다’고 했던 손동현의 입담이 화제가 됐다.
올 시즌 손동현이 바라는 건 지난해처럼 짜릿한 반전극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지 않고, 부침 없이, 해피 엔딩으로 향하는 ‘뻔한 드라마’를 손동현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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