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경향] “자동차 산업에서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을 멈추는 것은 우리의 부서진 무역 거래를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바닥을 향한 경쟁’은 지난 30여 년간의 세계화를 비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말이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워진 세계화 시대에 각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쟁했다. 임금을 줄이고, 법인세를 낮추는 동시에 규제를 없애며, 사회보장을 축소하는 밑바닥을 향한 경쟁이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많은 국가에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바닥을 뚫고 심연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숀 페인의 말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미국 노동자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세계화에 지친 이들은 관세 장벽이 다시 미국으로 기업을 불러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리라 믿는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트럼프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대로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다시 잘살게 된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몫을 빼앗은 결과일 수 있다. 트럼프는 세계화를 비판하지만, 세계화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기업·금융자본이 아니라 세계화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이들인 미국 노동자와 다른 나라 노동자들을 대립시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세계화와 그 불만>(2020)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노동자들을 개발도상국 및 신흥시장 국가 노동자들과 충돌시키려 시도했다”며 “그런데 정작 충돌은 다른 데서 벌어진다. 한쪽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노동자와 소비자가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기업 이익집단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한국 25%, 유럽연합(EU) 20%, 중국 34%, 일본 24%, 대만 32%, 베트남 46%, 인도 27% 등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날 발표가 이뤄진 백악관 로즈가든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 노동자들이 자리해 “트럼프의 정책은 디트로이트의 충분히 가동되지 않는 공장들에 일감을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뭔가를 빼앗긴다는 점이다. 충격파는 지난 30년간 바닥을 향한 경쟁 끝에 바닥 끄트머리에 간신히 자리 잡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세계화의 패배자들’의 바람이 트럼프를 통해 굴절돼 미국 밖 ‘세계화의 패배자’들에 대한 위협으로 귀결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 셈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관세정책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반세계화 정책이 한국 제조업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봤다. 노동자들은 협상력 약화, 생산량 감소로 인한 휴업 증가, 임금 삭감,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비정규직들은 이 위기의 징후를 가장 진지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탄광의 카나리아였다.

“어제(지난 3월 25일) 발표 전까지는 제품이 관세 때문에 비싸지니까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겠구나 했죠. 그래도 회사 운명이랑 노동자 운명이랑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가 활로를 찾을 거라고. 그런데 어제부로 입장이 나뉘었어요. 회사는 살겠지만,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죠.”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모트라스 광주공장에서 일하는 박선수씨는 지난 3월 26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어제의 발표’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말한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31조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순위는 자동차다. 미국 투자는 현대차 그룹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할 수 있고, 관세 부담도 덜 수 있다.
노동자 입장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의 차량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자회사 모트라스의 광주공장은 모듈(여러 부품을 조립해 한 덩어리로 만든 부품 단위)을 만들어 기아차 광주공장에 납품한다. 주력 생산품은 기아차 스포티지에 들어가는 모듈이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아 차량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9만7000대와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6만5000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부진하거나, 미국 현지에서 스포티지 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생산은 감소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에 비해 일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선수씨는 “당장은 몰라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이 늘어나면 이후에 광주공장은 어떻게 할 거냐, 숙제가 남은 거죠”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등장 이후 시시각각 변화하는 관세정책 등을 “제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 그룹의 국가별 판매 비중을 보면 국내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은 미국에서 171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중 60만대가량이 미국 현지 생산분, 10만대가량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 생산분, 100만대가량은 국내 생산분이었다. 그런데 현대차 그룹은 지난 3월 26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새로운 생산기지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을 하고,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종전 연간 70만대에서 100만대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백악관에서 발표한 투자가 완료되면 미국 생산량은 연간 120만대까지 확대된다. 미국 내 판매량이 늘지 않는다면,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국내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세 영향으로 인한 국내 완성차 공장의 생산량 변동을 다섯 가지 가상 시나리오로 예측했는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연간 30만대의 생산량 감소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4000명의 노동자가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 충남 아산공장만큼의 일감이 사라지는 셈이다. 부품업계에서는 그보다 2배는 많은 일자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제조업의 꽃인 완성차의 생산량 변동은 철강 등 소재, 기계 부품, 전기·전자 부품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인 이상규씨도 최근 동료로부터 “형, 우리는 어떻게 돼요?”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받았다. 이씨가 일하는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쓰는 강판을 만들어 주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에 납품한다. 국내 생산이 줄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차 그룹은 이번 투자계획에 미국 루이지애나에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공장을 짓는 안도 포함했다. 이씨는 “미국 공장이 가동돼 당진의 3개 냉연공장 중 한 공장의 생산량을 대체한다면 비정규직 포함해 500~600명 정도의 고용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발밑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느끼고 있다. 이 변동은 미국 대통령이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만, 그저 ‘미치광이 지도자가 나타나 한국의 노동자들까지 힘들어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난 30여 년간의 자본주의 질서에 눈을 감는 설명이다.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지난 세월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등장한 1980년대부터 소득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1979년 미국 전체 소득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였는데 2019년에는 이 비중이 13.2%로 2배가량 늘었다. 이 40년 동안 미국 하위 90%의 연평균 소득은 내내 3만달러대에 머물렀다. 전체 소득에서 이들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9년 69.8%에서 2019년 60.9%로 줄었다(이상 미국 경제정책연구소·2020). 공장이 떠나면서 노동계급의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거의 5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2023). 경제적으로만 몰락한 것이 아니다. 1999~2013년 사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미국의 백인 중년 성인이 간경변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50%, 자살은 78%, 약물 및 알코올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323% 증가했다(앤 케이스·앵거스 디턴, 2015).
미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유화·감세·탈규제·사회보장 축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세계화, 자유무역, 금융 자유화, 노동조합의 쇠퇴, 기술발전으로 인한 자동화 등이 고르게 영향을 미쳤다. 이중 다수를 미국이 선도해 국제질서로 만들었고, 원하든 원치 않든 이를 다른 나라에 이식했다. 전 세계적인 불평등 심화 등 이 질서들이 내포한 모순은 수습하지 않은 채, 트럼프는 되레 자유무역·세계화를 문제 삼으며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왔다”고 말한다.
구체제 질서의 모순이 남아 있는 폐허 속에서 트럼프의 새로운 질서가 착륙하며 가해진 충격을 감당하게 된 것은 누구일까. 기업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겨 살아남을 수 있다. 협력사는 임금 삭감이나 외주화로 살길을 모색할 것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정규직도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그에 앞서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세계화의 ‘미국 내 패배자’들 못지않게 그간 많은 것을 잃어온 ‘미국 밖 패배자’ 계층이 트럼프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아래로 위험을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일수록 오래 버틸 수 있다. 맨 밑바닥부터 충격을 받고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배성도씨는 정규직이 된 지 이제 막 다섯 달이 됐다. 입사 5개월 차라는 얘기가 아니다. 배씨는 이 공장에서 2008년부터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이 시기 산업 현장에 처음 발을 들인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개 사내하청 비정규직이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원청의 직원들처럼 원청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임금은 정규직의 60~70% 수준만 받았다. 해악이 컸다. 고용이 불안정해 언제든 잘릴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노조를 구성하기도 어려웠다. 어렵사리 노조가 구성돼도 실질적인 근무 조건을 정하는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의 바지사장들과만 협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공장을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이런 고용 형태가 서서히 나타났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산업 전반에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보편화됐다. 외환위기는 미국이 선도한 국제질서가 한국에 강제적으로 이식되는 계기였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본시장 전면 개방, 무역 부문 조기 개방 등과 함께 정리해고제·파견근로자제 도입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했고, 이때부터 한국 노동시장도 ‘바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이 불안정 노동의 덕을 본 건 기업이다. 최저임금 선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고, 생산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으며, 6개월~1년 단위로 갱신되는 하청업체와 원청의 계약은 노동자의 일자리 불안을 자극해 노동자를 더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19년 연말 한국지엠은 물량 감소 등의 이유로 배씨 등 사내하청 비정규직 560명을 일괄 해고했다. 2교대로 가동하던 공장을 1교대로 바꾸고, 비정규직이 하던 일을 정규직에 맡겼다. 더 적은 몫을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생이 강요됐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할 때도, 2022년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할 때도 한국지엠은 비정규직들을 먼저 정리했다.
부수적으로는 비정규직의 등장으로 노동자들의 입장이 분화했다. 한국지엠에 시트를 납품하는 1차 협력사 KM&I의 노조 지회장 김상겸씨는 2005년 KM&I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조직했을 때를 어제의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회사는 사내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비정규직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김씨는 “당시 정규직 노조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같이 싸웠다. 그런데 현장 (정규직) 조합원들의 연대 투쟁에 대한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당시 150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해고됐는데, 기나긴 투쟁은 13명의 비정규직 복직으로 마무리됐다. 완연한 패배였다. 이후 공장에서 비정규직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국가는 이 해악에 눈감거나 비정규직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방조했다. 2019년 해고됐던 배씨가 창원공장 정규직으로 돌아온 것은 8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과 4년간의 실직 상태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법상 인력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에서 다른 회사(사내하청)의 직원을 원청의 입맛대로 부리는 건 불법이다. 이를 시정하려면 원청이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했다. 바로잡았어야 할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불법 상태를 묵인했다. 배씨는 2016년부터 8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고 정규직으로 공장에 돌아왔다. 배씨는 “우리가 이긴다는 걸 알고 있어도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는 판결을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간신히 일어선 그에게 도착한 것은 트럼프의 관세 통지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자동차 약 50만대를 판매했는데 이중 약 42만대(83.8%)를 미국에 팔았다. 대미 수출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 창원공장에서만 생산되는 ‘트랙스’는, GM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소형 SUV 차종이다. 트랙스의 강점으로는 가성비가 꼽힌다. 배씨는 “트랙스는 미국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타는 차량이라고 한다. 첫 차로 시작하기 좋은 가격대라는 얘기다. 관세 25%가 붙으면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과거에 했던 대로 공장이 휴업에 들어갈 수 있다. 더 걱정되는 건 팔아도 남는 게 없을 때다. 그간의 경험을 보면 아예 안 만들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18년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을 철수하면서 2028년까지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약속은 한국지엠이 한국 사업장을 모두 유지한다는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했고, 2022년 부평2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트럼프발 관세정책으로 인한 한국지엠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KM&I와 같은 협력사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김상겸씨는 “KM&I 생산량의 90%가 한국지엠에 납품된다. 한국지엠과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4월 TPS(일시 생산가동중단)한다’, ‘야간작업을 없애고 주간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이 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지엠 가동 중단을 포함해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100만대 줄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부품업체를 포함해 일자리 3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경쟁력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비호도 받지 못하고, 늘 고용불안과 함께했던 비정규직들은 이번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완성차 업체 협력사에서 10년간 비정규직으로 지내다 최근 정규직으로 발탁 채용된 A씨는 “물량이 줄어든다면 하청 업체들이 감수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지켜봤는데 정규직은 휴업은 해도 해고는 안 됐다. 비정규직이 대부분 감당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이상규씨는 “철강 경기는 좋지 않고 관세 부담도 있다. 미국에 공장을 만들고 국내에서는 생산이 준다. 인원이 감축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회사가 전사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자가 예상보다 적을 때 누구를 줄일까”라고 했다.
지난 30여 년간 국가는 점점 더 시장에서 존재감을 숨겨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철강 노동자와 농민 등이 “50년 이상 착취당했다”며 국가별로 차등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앞장서 그간의 룰을 깨고, 각각의 국가에 부담을 지운 것이다. 역설적으로 국가에는 이 위기에 대응해야 할,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이 부여됐다. 세계화의 희생자들을 만들어냈던 과거의 무기력함을 답습할 것인가. 시장의 결정에 맡겨 그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불안정 노동자에게 충격이 집중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산업·노동 정책을 펼 것인가. 국가가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