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가을입니다. 때 이른 추위에 벌써 겨울인가 긴가민가합니다. 다음주면 사라질까 겁나는 이 계절을 힘껏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짧디 짧은 가을날을 최선을 다해 만끽해야 합니다.
가을은 노래 듣기 좋은 계절입니다. 두툼한 재킷 하나 걸치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귓가에 울리는 노랫소리에 집중해봅니다. 특히 잔잔한 선율의 발라드곡은 이 계절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죠. 여러분은 ‘가을 플레이리스트’를 다 채우셨나요.
이번주 추천 영화 <싱 스트리트>(2016)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원스>(2007), <비긴 어게인>(2014)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2016년 개봉해 관객수 57만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동명의 특집 음악방송 프로그램이 나오는 등 국내 관객에게 체감 인지도는 그보다 높습니다.
영화는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일랜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아니 희망을 찾아 영국으로 떠납니다.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필로)의 가족에게도 실직의 불행이 닥칩니다. 코너의 아빠는 일자리를 잃었고, 엄마 역시 주3일 근무로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코너에게도 불행의 파도가 덮칩니다. 그는 어려워진 집안 살림 때문에 학비가 싼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새 학교의 아이들은 다들 어딘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매점에서 폭행을 해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학생들만 문제가 아닙니다. 가톨릭 교회 소속 학교인 이곳은 신부가 교사로 있는데요, 으레 떠올리는 성직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수업 중에 술을 마시는가 하면 교칙에 맞는 색깔의 신발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언행을 합니다. 남성이 왜 화장을 하냐며 세면대에 얼굴을 강제로 씻기기도 해요.

하지만 인생사 모든 일이 그러하듯, 불행과 행운은 뒤섞여 있습니다. 코너는 그곳에서 라피나를 만나 첫눈에 반하거든요. 마냥 도도해보이는 모델 지망생 라피나에게 마음을 얻고 싶은 코너는 거짓말을 해요. 본인이 밴드를 하고 있다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하죠. 라피나는 승낙합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코너는 당장 실제 밴드를 결성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는 어설픈 구성원들을 한 명 한 명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만듭니다. 코너는 싱 스트리트 밴드에서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라피나에게 들려주고, 라피나와 뮤직비디오를 찍습니다. 첫 곡의 제목은 ‘모델의 수수께끼’. 수수께끼 같은 라피나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봅니다.
음악을 매개로 코너와 라피나는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코너와 라피나가 연인으로 발전하긴 어려웠어요. 라피나에게는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 남자친구가 있었거든요. 더 궁극적인 이유는, 라피나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피나는 영국에서 모델을 하고 싶었는데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친구가 자신과 함께 영국으로 가서 터를 잡을 수 있는 사람 같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라피나는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코너는 라피나가 사는 기숙사로 찾아가보지만 “어젯밤 그 남자랑 런던에 갔다”는 말만 전해 듣습니다. 하지만 라피나는 곧 돌아옵니다. 라피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화는 코너와 라피나가 영국으로 향하며 끝을 맺습니다. 두 사람은 무작정 배를 타는데요. 대형 유람선에 비해 매우 작은 크기의 배여서, 배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바닷물도 그대로 얼굴에 날아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떤 호화 유람선에 탄 사람보다 행복해보여요. 이들이 이 항해를 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다면, 왓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너와 라피나뿐만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죠. 노래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아요. 하지만 슬픔을 덜어주고, 아픔을 옅게 해줄 순 있죠. 함께 부를 때, 노래의 힘은 더 강해집니다.
“계속 가/ 네 인생을 위해 달려/ 한 번 결정하면 뒤돌아 보지마/ 모든 게 무너지더라도/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가봐야지/ 그게 인생인 걸/.../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알지 못하면 절대 모르니까/ 절대 뒤돌아 가지마”
코너와 라피나가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할 때 흐르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꿈을 위해 떠나고 싶은 곳, 희망을 찾아 향하고 싶은 곳, 당신의 ‘런던’은 어디입니까. 그곳으로 향하는 작은 배에서 어떤 노래를 들으시겠습니까. 러닝타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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