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킥라니’ 쌩쌩… ‘킥보드 없는 거리’ 맞나요?

2025-05-18

홍대·반포 일부 구간 시행 첫 주말

낮 12시~오후 11시 통행금지

20대 운전자 “지정된지 몰라”

현장엔 계도 요원조차 없어

“전용도로·안전장치 등 필요”

18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레드로드. 16일부터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된 곳곳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지 못한 듯 전동킥보드를 탄 20대 운전자가 인파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기 시작했다. 전동킥보드가 속도를 내자 아찔한 상황이 반복해서 연출됐지만, 이를 제지하는 계도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이 킥보드 운전자를 쫓아가 이 일대가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된 사실을 알리자 강모(26)씨는 “몰랐다”며 멋쩍어했다. 그는 “홍대 쪽은 버스로 이동하기가 애매한데 킥보드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전동킥보드에 따른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서울 홍대와 서초구 반포 일대가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됐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킥보드가 이미 하나의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용도로나 안전장치 등 대책 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킥보드 없는 거리는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 일부 구간에서 운영된다. 통행금지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통행이 금지되는 기기는 전동킥보드와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다.

시행 첫 주말 취재진이 찾은 이들 거리에는 킥보드 통행금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현수막이 여럿 설치돼 있었다. 도로에도 ‘개인형 이동장치 통행금지’라고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킥보드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이정현(43)씨는 “반포 학원가 골목은 차로와 인도가 분리돼 있지 않아 킥보드 사고가 날까 걱정돼 아이를 학원까지 직접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그는 “킥보드 없는 거리라고 하지만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계도를 열심히 해서 걱정 없이 애들 학원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킥보드 통행이 금지된 사실을 모를뿐더러 전기자전거 또한 통행이 제한된 것을 알지 못했다.

이날 홍대 레드로드에서는 유모차를 끄는 여성 옆으로 전기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목격됐다. 주변 골목에서 여전히 위태롭게 킥보드를 모는 운전자들도 보였다.

킥보드의 위험성 탓에 많은 시민들은 킥보드 없는 거리 운영을 반기지만, 일각에선 불편을 호소하는 반응도 있다.

반포 학원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등하교할 때를 포함해 하루에 전기자전거를 세 번씩 탄다”며 “편한 이동수단이 사라지는 게 좀 그렇다. 이거 취소될 수는 없나”고 반문했다. 단속 활동을 맡은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가 많은 상황에서 킥보드 단속 인원을 차출해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해야 하느냐”며 인력난을 호소했다.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에 의한 사고는 2021년 1737건에서 지난해 2389건으로 37%(654건) 증가했다. 사망자도 19명에서 24명으로 26%(5건) 늘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향후 5개월 계도 기간 동안 통행 금지 도로 안내와 안전 수칙 등을 안내할 방침이다.

최경림·소진영·윤준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