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학자금 대출 전문 금융사 크레딜라, 올 봄 현지 증시 상장 예정
신한은행, 지난해 4월 크레딜라 지분 10.9% 인수... 상장 시 지분가치↑
'수익 실현' 아닌 지분 장기 보유 택할 가능성 커... 이익 확보·현지 접점 강화 목적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신한은행이 지분투자한 인도의 금융사인 크레딜라(HDFC Credila)가 기업공개(IPO)를 앞둠에 따라 신한은행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신한은행이 당장의 투자 수익 실현보다는 지속적인 이익 확보와 현지 접점 강화 등을 위해 장기 지분 보유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크레딜라는 오는 3~4월 중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크레딜라는 학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인도 최초의 비은행 금융사(NBFC)로 이번 IPO를 통해 최소 500억루피(845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크레딜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10.9%를 1억8000만달러(당시 약 24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이 인도 기업에 지분투자를 실시한 최초의 사례다. 신한은행은 현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인오가닉(Inorganic)' 전략 하에 크레딜라에 대한 투자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레딜라의 상장이 추진되면서 신한은행은 투자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실현의 기회를 잡게 됐다. 상장 완료 후 상승한 크레딜라의 기업가치만큼 신한은행의 지분가치 또한 뛰어오르는 덕분이다.
아울러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유입으로 최근 인도 IPO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점도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호재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0월 인도법인(HM)을 상장시켜 현지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3억달러(당시 약 4조500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현 시점에 크레딜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크레딜라 지분 보유를 통해 가파르게 성장 중인 인도 교육 시장에서 꾸준히 '과실'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인도 교육 시장은 뜨거운 교육열을 바탕으로 근래 들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과 인도브랜드자산재단(IBEF)에 따르면 해외유학 등 인도 학생들의 교육여행 지출은 2014년 24억6000만달러(약 3조6150억원)에서 지난해 63억달러(약 9조2580억원)으로 10년 새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를 포함한 인도 교육 시장의 가치는 지난 2020년 1170억달러(약 171조원)에서 올해 2250억달러(약 330조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교육 시장의 성장에 따라 현지 학자금 대출업계 점유율 1위인 크레딜라의 순이익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크레딜라의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2023년 4월~2024년 3월) 순이익은 52억8840만루피(약 894억원)으로 전년(27억5924만루피·약 466억원) 대비 91.6% 증가했다. 즉, 크레딜라가 현재의 성장성을 이어갈 경우 신한은행은 상당한 수준의 지분법상 이익을 매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인도의 높은 교육열과 인재들의 해외 유학 바람을 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크레딜라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도의 교육 대출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터라 (신한은행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크레딜라 지분을 장기 보유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여기에, 교육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 국가 경제 전반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신한은행의 크레딜라 지분 장기 보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인도의 최근 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평균 8.1%로,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신한은행은 1996년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했으며, 현재 뭄바이·뉴델리 등 핵심 지역 6곳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인도 현지에서 소매금융(리테일)을 취급하는 국내 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에 따라 확장되는 인도 금융 시장에서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크레딜라 지분의 장기 보유를 고려할만한 셈이다. 아울러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크레딜라 지분 인수 당시에도 "지분투자를 계기로 인도에서의 소매금융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신한은행이 급성장하는 인도 내에서의 접점을 넓혀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레딜라 지분을 장기 보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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