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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들의 의사’로 불리는 베네수엘라 병리학자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가 로마 가톨릭 성인 후보로 올랐다. 교황청이 그의 성인 자격을 최종 승인하면 그는 베네수엘라인 최초의 성인이 된다.
교황청은 2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폐렴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재 고인이 된 에르난데스에 대한 시성 절차를 밟을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성인(Saint)은 생전 다른 신자들의 모범이 된 고인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교황이 성인을 정하는 것을 ‘시성’이라고 한다.
교황은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 에르난데스를 성인으로 인정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추기경, 신학자 등이 승인하면 에르난데스는 성인 반열에 오르게 된다.
1864년 베네수엘라 북서부의 작은 마을 이스노투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베네수엘라 중앙대에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뉴욕 등지로 유학해 세균학과 병리학, 미생물학을 연구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국립 호세마리아바르가스 병원에서 교수 겸 의사로 지내던 그는 1908년 이탈리아 루카 수도원에서 9개월간 수도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몸이 약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과학이 남미를 비참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카라카스에 실험 생리학 연구실을 만들었다.
에르난데스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던 시절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 봉사를 했다. 25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의 위세에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가난한 시민들을 찾아 무료로 치료를 했다. 약값을 자신이 대신 내주기도 했다.
그는 이듬해 독감에 걸린 가난한 환자를 위해 약국에서 약을 사 오다 카라카스 길가에서 차에 치여 향년 5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약 2만명의 시민이 그의 장례 행렬에 참여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2021년 에르난데스를 복자(성인으로 선포되기 전 단계로, 축복받은 자라는 의미)로 인정했다. 강도에게 머리에 총탄을 맞은 베네수엘라 10세 소녀의 모친이 에르난데스를 향해 기도를 한 후 딸이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만명 이상이 성인으로 인정된 것으로 추산된다. 예전에는 대중에게 숭배받는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었다가, 교황과 추기경의 승인을 받아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점차 로마 가톨릭 규칙이 바뀌었다. 성모 마리아, 조선의 천주교 순교자 103위 등이 성인 명단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