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위상이 한층 높아졌지만 정작 국내 방송산업은 대위기와 과잉 속에서 침잠 중이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2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간한 연구보고서 '글로벌 경쟁 시대 TV 생존전략 방안'에 따르면 연구 자문에 참여한 관련 전문가 15명은 방송산업과 방송 광고산업 모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규제 정비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현재 국내 방송산업이 시청자에 비해 플레이어도 콘텐츠도 넘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제작비를 한껏 올려놓은 가운데 과잉 생산됐던 콘텐츠들은 외면받고 결국 콘텐츠 생산도 원활하지 못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싸게, 빨리, 잘 만드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공룡들의 생산 기지로 주목받았으나 제작비 폭증에 이제는 이러한 메리트도 사라져 일본으로 그 역할이 넘어가고 있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자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가성비가 좋은 예능 제작이 증가하고 드라마는 줄어드는 현상이 콘텐츠 다양성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기획력 약화와 작가 시스템이 부재한 채 글로벌 OTT들의 기세에 맞닥뜨린 것도 아픈 부분이다.
한 전문가는 "지상파는 콘텐츠를 만들면 많은 시청자가 알아서 볼 거라고 생각하며 수없이 많은 데이터의 특성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데 실패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플랫폼별로 각기 다른 통계 지표가 있고 그걸 알아야 콘텐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콘텐츠 다양성과 방송사 기획력을 회복하는 것만이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다양한 규모의 제작사가 생존해 제작하며 다양한 장르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대박 작품은 지적재산(IP)을 확보해 넷플릭스를 공략하고 어떤 작품은 방영권만 거래하는 등 상황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면 방송국 틀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전략에 두고 콘텐츠 기획부터 판매 전반까지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순수 외주 제작 비율 규제, 국내 신규 애니메이션 편성규제, 오락 프로그램 편성 비율 등 불필요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합미디어법제 마련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방송 전 분야에 OTT 수준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규제로 인해 레거시 방송 사업자가 열등재로 인식돼선 안 된다"며 "유럽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는 미디어 통합 지침으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규율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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