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법 추심에도 ‘대포통장’···불법사금융에 인터넷은행 계좌 악용 많아

2025-11-03

대포통장이 문제되는 곳은 단순히 보이스피싱에서만은 아니다. 대포통장은 불법 사채업체들이 돈을 갚으라고 불법적 행동을 할 때도 악용된다. 최근 토스뱅크·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계좌가 불법 사금융·추심 수단으로 빈번히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추심에 가담하는 가해자 상당수가 젊은층인 영향이다. 불법 추심에 활용된 계좌가 더 큰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은행과 금융당국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이 3일 올해 상반기(1~6월) 접수된 피해 신고 사건을 분석한 결과, 불법 사금융·추심에 활용된 불법 계좌는 1422개(중복 제외)로 집계됐다. 이들 계좌는 실제 사용자와 명의자가 달라 추적이 까다로운 대포통장이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주로 인터넷은행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스뱅크가 275개(19.3%)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뱅크(257개·18.1%), 케이뱅크(195개·13.7%)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전체 불법 계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농협 상호금융(131개·9.2%), 국민은행(118개·8.3%), 농협은행(69개·4.9%), 하나은행(54개·3.8%) 등의 순이었다.

주로 인터넷은행 계좌가 불법 사금융 대포통장으로 이용된 이유는 비대면으로 전환한 범죄 양상과 가해자들의 연령대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상당수가 인터넷은행 앱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청년이다. 요즘 거래는 휴대전화에 은행 앱을 설치해 넘기는 방식이라 자신들이 쓰기 편리한 인터넷은행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대형 은행보단 비대면 기반인 인터넷은행이 노출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적인 이유로 통장을 만드는 쪽도 심리적인 이유로 비대면 채널만 있는 인터넷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대포 통장’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우선,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신속하게 정지하도록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사채 업자들이 이자 감면을 미끼로 채무자의 통장을 받아 불법 행위에 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법 추심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들이 통장을 대여해 자칫 가해자로 바뀔 수 있다.

노희정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장은 “불법 사채업자의 계좌를 빠르게 동결해야 불법 추심에 따른 범죄수익 유출을 막고 범죄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며 “불법 사금융에 악용된 계좌가 많은 은행들 스스로도 불법 계좌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업계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이용자 수 자체가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인터넷은행도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동일하게 갖추는 등 금융 범죄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계좌 동결 조치를 포함한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에 쓰이는 대포통장을 빠르게 차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업자들이 불법 추심을 통해 입금받는 계좌가 명확해서 신속한 동결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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