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한반도 산림 녹화의 복병 - 산불

2025-04-08

남산에 봄 소풍 가는 유치원생이 ‘산불 조심’이라고 쓴 홍보 피켓을 들고 어른들에게 ‘산불 조심하세요’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이번 영남 지역 산불은 TV에서 연일 크게 보도했지만 지면에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았다. 산불은 국민의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앗아가는 무서운 재난이다. 한반도라는 산하에 지울 수 없는 장애를 남긴다.

조선시대에도 우리의 산림은 잘 보전되지는 않았지만 일제 수탈이 시작되면서 황폐화가 진행됐다. 일제는 전쟁 준비와 식민지 자원 수탈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나무를 벌목했다. 광복 후에는 인구 증가와 땔감 부족, 그리고 화전 경작으로 산림이 계속 파괴됐다. 전형적인 공유재산의 비극이 한반도 산하에서 진행된 것이다. 국가나 공동체의 소유물이 이기적인 수탈로 황폐화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1967년 농림부 산림국을 산림청으로 확대하고 한동안 내무부 산하에 둬 전 지방 조직을 가동할 수 있게 했다. 치산녹화를 주요 국가 계획으로 격상하고 동원 체제를 만들어냈다. 산림 범죄에 대해서는 엄벌주의로 나섰다. 그런데 사실 남벌과 도벌을 벗어나게 한 천사는 땅 밑 깊은 곳에서 왔다. 바로 연탄이었다. 비교적 싼 연탄 공급 정책은 정부와 국민의 노력에다 시장 메커니즘의 위력을 살릴 수 있어서 산림 보호의 신약이 된 것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은 한국의 산림녹화를 가장 우수한 사례로 꼽는다. 그것도 한 세대 안에 이룩한 우리의 자랑이다. 한국의 산림녹화가 성공적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심었던 나무가 벌기령(rotation age)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또한 수종 개량도 시급하다. 목재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할 만큼 산에 제대로 쓸 만한 나무가 아주 적은 것도 문제다. 아직 갈 길이 먼 와중에 산불이 매년 심각성을 더하면서 다가오고 있다.

수종·임도·헬기 등 엄청난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사안들이 이미 다수 제기됐다. 그런데 화마의 원인을 살펴보면 사전 대책이 진압이나 장기 대책보다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산불의 인위적 원인을 먼저 통제하는 것이 요체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산불의 65%가 입산자 실수, 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고의적 방화 등에 기인한다. 입산자 실화 188건(34%), 소각 128건(24%), 담뱃불 35건(7%) 순이다. 산에 가는 사람의 행태적 요인이 3분의 2를 넘는다. 기후 환경적 요인은 4건에 불과하다.

산에 가는 사람의 행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문화적 요인도 있겠지만 행태 변화에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이나 화장 풍속의 진전을 보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구체적으로 사전 인식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 정부가 매년 사전에 지방자치단체나 산림청 또는 군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로 얼마나 예방 홍보나 예찰 활동을 했는지 묻고 싶다. 예방에 헬기 사용 제약이 있다면 당장 풀어야 한다. 그리고 짜증 날 정도의 불조심 메시지가 왜 꼭 불이 나고 나면 오는가. 산불은 계절성이 강하기에 사전 홍보와 행태 변화가 쉽다.

바로 오늘 동해 지역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묻고 싶다. 동해 지역 산불은 4월에 집중됐다. 수도권 산불 개연성도 있다. 예방과 예찰에 집중할 때다. 대형 헬기를 구매하고, 인력을 늘리고, 임도를 확대하고, 산간 주거 시설의 읍내 이전 등과 같은 문제는 5월 이후에 고민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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