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군포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8)는 전날 서울지하철 1~8호선 첫·막차시간이 30분 앞당겨진다는 뉴스를 보고 “순간 말 문이 막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에 있는 회사까지 평소 출퇴근하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한 번씩 갈아타야 한다.
박씨는 “평소 야근하다가 지하철을 놓칠 것 같다 싶으면 광역버스를 탈 때도 있는데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야근하는 날이면 퇴근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경기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은 무조건 11시 안에는 타야한다는 공포가 있다”며 “여기서 30분이 더 앞당겨진다고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오는 8월부터 환경미화원 등 ‘새벽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지하철 1~8호선 첫 차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앞당긴 오전 5시로 조정하고, 막차도 30분 앞당긴다고 발표하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서울시가 첫 차 시간을 30분 앞당기면서 막차시간까지 조정한 것은 지하철 운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유지보수·정비시간 확보를 위해서다.
문제는 지하철 막차 운행시간을 앞당기면 박씨와 같은 ‘야근 노동자’들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손모씨(31·방송국 작가)는 “지하철 막차를 타면 몇 년 전 방영됐던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이들을 많이 본다”며 “지하철을 놓치면 집에 갈 방법이 막막해지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서울시는) 겨우 30분 앞당긴 걸로 무슨 큰 문제가 있겠느냐 싶겠지만, 그 30분에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에서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22일 서울시의 첫·막차 운행시간 조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내놨다.
올바른노조는 입장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일방적인 지하철 30분 앞당김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새벽시간 노동자를 위한다는 감성적인 이유만 언급할 뿐 운행을 30분 앞당겨야 할 만큼의 구체적인 수송수요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수요분석을 거친 결과 막차에 비해 첫차의 승객이 10배 이상 많아 첫 차를 앞당기는 데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월 1일~12월 31일까지 1년간 집계한 평일 승객수는 첫 차(오전 5시30분~6시) 기준 7만3657명이며, 막차(오전 12시30분~1시)는 6986명이었다.
서울시는 또 “지하철 시간대를 30분 앞당기면 그 시간대 버스이용 인원 3만2520명의 약 71%인 2만3087명이 지하철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즉 지하철 첫 차시간을 앞당기면 버스이용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더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시는 그러나 지난해 1년간 평일 막차를 탔던 6986명에 대한 별도의 수송대책은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