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잔치가 '전국민 잔치'가 되려면

2025-02-05

돈이 돈을 낳는다는 명제부터 시작돼야 할 것 같다. 어떤 상황에도 돈은 자기 몸을 불리는 특성을 유지하며, 손해를 만들지 않는 특성으로 지금까지 인류와 함께해왔다. 세상 전부가 아우성인 상황에도 돈을 틀어쥔 전주나, 땅을 가진 지주들은 권력에만 닿아있으면 자기 목적 달성엔 아무 일 없다는 '쩐의 관습'이 역사적으로 각인돼왔다.

KB금융지주 연간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은행도 기업이고, 주주가 있는 조직이다 보니 이런 이익 창출이 영 불편한 것은 아니다. 주주들은 반길 것이고, 구성원들의 노력 또한 평가절하돼선 안될 것이다. 더구나 KB같은 국민회사 같은 금융기업이 최근 같은 최악의 불확실성속에 이런 경영 성과를 냈다는 일은 그 자체로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한발 더 들어가봐야 한다. 아주 예전 삼성생명의 기업가치 산정 논란이 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KB지주의 금융이익이 본래 누구로부터 나왔나를 따지는 것이 아주 의미 없진 않을것 같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주주이거나 통주(통장주인)인 KB지주로 봤을 때 지난해 만들어진 순익이 온전히 당기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힘으로만 가능했을 것이냐는 문제다. 아니다. 국민들이 함께 모아주고, 빌려 쓰고 한 덕에 이뤄진 이익의 탑이다.

은행은 이젠 모아둔 돈의 이자 보다 빌려준 돈에서 받는 이자의 차익으로 크는 회사가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금융회사는 이 시스템에 '유희'한다. 가끔씩 흘러내놓은 은행 희망퇴직자 명퇴금의 규모가 혹 고객이었을 수 있는 같은 연령대, 비슷한 형편 경제인구의 박탈감을 회피하면서 말이다.

KB지주를 비롯한 은행들의 이익 잔치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선 안된다. 돈의 흐름을 봤을때 그들 이익의 대부분이 국민들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하지만, 은행의 공익적 역할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반도체금융지원 프로그램(18.1조원)에 더해 5일 공식화된 배터리·바이오분야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 등에 금융권이 적극 화답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세상사, 제일 기분 나쁜 일이 나만 빠진 잔치다. 지금 은행권이 누리는 사상최고 이익은 은행들만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국가 미래를 만드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나중에 진짜 잔치의 주인공으로 예우받을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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