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시 상황에서 금지해 온 18~22세 남성 출국 규제를 완화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군 사령부와 모든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며 조만간 새 규정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총리도 "이번 조치는 해외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도 적용된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이 모국과의 연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남성 출국 금지는 그간 사회적 갈등 요인이었다. 일시적 해외 체류 허가를 받고 귀국하지 않는 사례가 적잖았고, 가족이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빈번했다. 일부 부모들은 징집을 피하려 만 18세 미만 자녀를 조기 유학 등 명목으로 해외에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지 대학 졸업반은 사실상 여학생 위주로 채워지고, 남학생 지원자가 크게 부족한 현상이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25세 이상만 징집 대상이지만, 미국과 서방 일부에서는 병력난 해소를 위해 징집 연령 하향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무기 지원이 충분히 확대되기 전에는 징집 연령 하향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5%가 징집 연령 하향에 반대했다.
정부는 대신 자발적 복무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 초 18~24세 지원자를 대상으로 1년 단기 군 계약제를 신설하고 약 100만 흐리우냐(약 3245만 원)의 보너스를 포함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최전선 전투병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출산율 급감 여파로 현재 20대 초반 인구 자체가 적다는 점을 들어, 이 연령대를 대거 전선에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 서방의 징집 연령 하향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청년층 유출과 사회적 불만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체류 청년들과의 유대도 유지해 장기적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은 6만~10만 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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