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중국에서 꽤 오래 살았던 기자는 서울에도 중국인 지인들이 많다. 지난달 지인들의 SNS를 보던 중 한 중국 지인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한 사진을 올렸다. 순간 든 생각은 "얘가 여길 뭔 줄 알고 참석했지?"
중국인들의 국내 정치 집회 참여는 곳곳에서 목격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유명한 '샤오홍슈'라는 어플리케이션에는 '탄핵(彈劾)'을 중국어로 검색하면 서울 도심에서 탄핵 집회에 참석한 중국인들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이 끝도 없이 나온다.
심지어 유튜브에선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 집회에 나온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이 중국어로 어딘가에 메시지를 보내던 것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발각돼 강한 항의를 받는 영상이 올라왔다. 두 여성은 경찰의 보호 속에 사라졌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2항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다. 경찰은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기계적으로 이를 제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인이 정치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송치됐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광화문과 한남동의 대통령 지지집회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들어보면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지지의 목적만 있지는 않다. 참여자들 대다수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 문제를 미중 패권 다툼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여하는 중국인을 아직까지 발견 못한 걸 봐서는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다.
기자 본인은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국내 체류 63만여명(통계청 '24년 5월)의 중국인들을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정치 시위에 동원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홍위병들에게 몰매를 맞던 문화대혁명 광기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광장에 군중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 결과가 1989년에 벌어진 천안문 사태다. 물론 자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특성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경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중패권이라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정치에 어떠한 역량을 투여하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터트대학 교수가 지난 2021년 저술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을 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교무판공실(侨务办公室)은 해외에 거주하는 모든 중국계 주민들을 관리한다. 해밀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중국인들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체급을 볼 때 중국인의 국내 정치 불법 참여는 국내 여론을 크게 어지럽힐 위험성이 있다. 또 그러한 정황들이 목격되면 대한민국 국민에 의해 주도돼야 하는 국내 정치 여론의 정당성이 훼손된다.
대통령 탄핵집회에 다수 중국인들이 목격되며 그 증거들이 흘러 넘치고, 주한중국대사관도 자국민이 한국내 정치활동을 하지 말 것을 공지했다. 만약 외국인들이 정치 집회에서 목격됐다면 진영논리를 떠나 좌우가 함께 규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 모두가 정치적 견해를 시위의 형태로 피력할 수 있다. 또 그렇게 개진된 의견은 대의제 민주주의와 사법 절차에 따라 숙의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다한 대한민국 국민들끼리 향유해야 되는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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