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밤을 마무리하던 2024년 12월 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예고없던 긴급담화를 자처하며 TV카메라 앞에섰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소재원 작가도 신작 소설을 집필하다 여느 시민들처럼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소식을 듣게 됐다. 그는 무작정 국회로 달려갔지만, 헬리콥터가 국회 경내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는 더는 국회 쪽으로 걸음을 할 수 없었다. 5·18이 떠올랐고, 군인들이 총을 쏠 것이라는 두려웠다. 그는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빛나는 시민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때 느꼈던 수치심과 부끄러움! 그는 속죄의 심정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2년의 취재 끝에 마무리 중인 신작이 있었지만, 이 작업보다 급할 리 없었다. 그가 6년만에 내놓은 신작 <20241203>은 이렇게 완성됐다.
소설 <20241203>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을 겪은 오상진, 이수진, 박재형, 안현모 등 8명의 시민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각자 다른 사연과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이념과 철학이 내란의 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주하는지를 깊이 있게,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릴 적 학대를 받으며 자랐던 작가는 폭력에 민감하다. 총을 소지한 군인들이 국회의 창을 깨며 들이닥친 12·3 비상계엄은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꺼집어냈다.
소 작가는 “내란의 밤을 계엄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면 안 된다. 성범죄자가 자신은 사랑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그들의 죄가 얼마나 더러운 지를 알리기 위해,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한 분들인지 알리기 위해 이번 작품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소 작가는 영화 <비스티 보이즈> 원작소설로 데뷰했다. 영화〈소원〉, 〈터널〉, 〈공기살인〉,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의 원작 소설 또는 극본,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 가습기 살균제 참사 불매운동, 사회적 참사법 제정 등 작품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데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공기살인>과 <균>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소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