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급 상용화 가장 최신 제품
HBM 적용…성능·수율 어려움
시장 신뢰 회복 위해 특단 조치
삼성전자가 10나노급 5세대 D램(D1b) 재설계에 착수했다. D1b는 지금까지 상용화된 D램 중 가장 최신인 제품(셀)으로, 성능과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원점 재개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2나노미터(nm)급 D램인 'D1b'에 대한 설계 변경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D1b를 2023년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이후 그래픽 D램(GDDR), 모바일 D램(LPDDR),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용해왔다.
웨이퍼에서 생산된 개별 D램을 묶거나 쌓아 PC, 서버, 스마트폰,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년 넘게 제조한 D램, 즉 D1b를 다시 설계하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건 성능과 수율 때문으로 파악됐다.
D1b를 기반으로 만든 LPDDR이나 HBM과 같은 제품에서 발열이 생기거나 제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또 수율(양품의 비율)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재설계를 결정한 작년 말 D1b 수율은 60% 정도로, D램의 안정적 양산 수율인 80~90%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수율의 근본적인 원인이 D램 설계에 있다고 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재설계 및 재생산 기간 동안 공백을 최소화하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D1b를 개선하는 작업에 동시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D1b-p'라고 불리는 D램 개발 프로젝트로, 전력 효율과 발열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p는 '프라임(prime: 뛰어난)'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전자는 변경된 D1b 개발 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긴급 발주'로 장비를 주문했다. 기존 1x 및 1y 등 구공정(레거시) 라인을 고도화하는 방식(테크 마이그레이션)으로 필수 장비만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설계된 D1b는 연내 양산이 예상된다. 이르면 2분기 또는 3분기 출시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원상 회복이 오래 걸리는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재설계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건 그 만큼 근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 시점에서 바로 잡지 않으면 영원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절박함도 읽힌다.
다만 경쟁사들이 이미 D1b를 양산,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정 수준의 시장 '실기'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인 'D1c' 개발을 마치고, 양산도 앞두고 있어 삼성 반도체가 경쟁사와 한 세대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초유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경쟁력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제품 출시가 조금 늦더라도 시장 신뢰을 회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