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재현이 KBO 최초로 포스트시즌에서 선두 타자로 나서 초구 홈런을 친 주인공이 됐다.
이재현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1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서 상대 선발 미치 화이트의 구속 시속 152㎞짜리 직구를 타격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쳤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1-0으로 달아난 삼성은 결국 5-2로 경기를 끝냈다.
이재현의 홈런은 지난 7일까지 치러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극심하게 침체된 모습을 보였던 삼성 타선의 맥을 뚫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재현이 홈런을 치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올라갔다. 선취점을 냈다 보니 선수들의 압박감도 풀렸다. 꼬여있던 게 좀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이재현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상대 투수가 치기 쉽지 않은 구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공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선두 타자 초구에 집중해 승부를 봤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두 타자가 초구 홈런을 친 건 KBO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이재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기록”이라며 “그냥 선취점이 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런 기록이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재현은 정규 시즌 8월 타율 0.153(85타수 13안타)로 부진했지만 9월 타율 0.359(64타수 23안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 4일 KIA전에서 4타수 3안타를 쳤고 지난 6~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7타수 3안타, 최고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재현의 컨디션이 제일 좋은 상태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어 재현이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라며 “작년 한국시리즈를 겪으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큰 시합에서도 자기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확실히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이재현은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면 팀 분위기가 많이 쳐지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며 “작년에 포스트시즌을 한 번 겪어봐서 그런지 플레이를 미리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최원태는 “재현이가 홈런을 치고 1점을 뽑아 내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실책 없이 잘 잡아주고 신경을 많이 써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