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구매에만 열중인 정부에 국산 NPU 업계 '일침'

2025-03-13

정부의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정책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치중해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생태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AI 반도체 업계의 작심 비판이 나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NPU 기반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GPU 확보만 이야기가 되는 것이 무척 아쉽다"며 글을 올렸다.

박 대표는 "딥시크가 AI 학습은 엔비디아 GPU로, 추론은 화웨이의 NPU 제품인 어센드 910으로 했다. 미국의 거대 컴퓨팅 보유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엔비디아 GPU를 1옵션으로 하면서 자체 설계 칩을 추론용 2옵션으로 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는 자체 칩이 엔비디아보다 우수해서가 아니라 가격과 물량에서 엔비디아 '갑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AI 인프라를 구축할 때 학습용과 추론용을 동시에 갖추고 엔비디아와 비(非) 엔비디아 제품 2기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얼마나 무섭냐면, 엔비디아 GPU가 구축되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모두 딸려 들어온다. 그래서 '엔비디아 온리'로 인프라가 구성돼 버리면 이후 다른 하드웨어를 추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당장의 AI 개발 판도에서 엔비디아 GPU가 우위를 가진다고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당시부터 엔비디아 판으로만 짜게 되면 한 회사에 종속(록인)될 우려가 클 뿐 아니라 향후 추론용 AI 발달에 따라 저전력·고성능 NPU로 교체하려 해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대표는 "추경 편성에서 엔비디아 GPU만 이야기하는데 소수 물량이라도 추론형 NPU가 포함되길 바란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 계획에서 2030년까지 국산 NPU 50%로 채우겠다고 하지만, 인프라가 구성될 때 GPU와 함께 NPU가 포함되어야 그때 겨우 20∼30%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월례 브리핑에서 대규모 GPU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추경 편성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표의 지적은 국내 NPU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메타 인수설이 전해졌을 당시 국내 유망 AI 반도체 기업이 해외 매각에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한탄하던 업계·학계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자체 칩을 개발하려는 메타가 '눈독'을 들일 정도로 뛰어난 NPU 기술을 개발한 퓨리오사AI지만 국내에서 실적(레퍼런스)을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칩 사용처 또는 '큰 손' 투자자를 찾기 힘든 현실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는 이러한 NPU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부터 국산 NPU의 판로를 보장하고 레퍼런스 구축을 돕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반도체 분야 세계적 석학인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이 재임 시절 추진한 대표적 정책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며 올해까지 국산 NPU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을 2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었다.

이후 사피온(이후 리벨리온과 합병)·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텔레칩스·망고부스트 등 유망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로 개편되고 국가 AI 컴퓨팅 센터 설립 계획이 나오면서 NPU 생태계 구축보다는 엔비디아 GPU 위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 AI 반도체 및 관련 소프트웨어 업계보다 교수 등 학계 구성원이 다수 참여하며 현장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과위원 65명(위원장·부위원장 제외)으로 이뤄진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 소속된 AI 반도체 스타트업 관계자는 민간위원 겸 분과위원으로 추천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와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 두 명이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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