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평균 연 4%대로 올라섰다. 주담대 평균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선 건 약 4개월 만인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거듭 역행하는 모습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금융채 5년물 기반, 5년 고정금리 후 재산정)는 연 3.64~5.79%에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이 연 3.64~5.0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2(혼합)'이 연 3.682~4.882%, NH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연 3.79~5.79%,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72~5.12%,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19%부터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여전히 3% 중반대 금리의 상품이 다수 포착되고 있지만 은행별로 내걸고 있는 종속적인 우대금리 조건(신용카드, 자동이체, 급여이체, 예금실적, 모바일거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만큼 대부분의 대출자가 받게 될 금리는 최저 연 4%대에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통계 지표상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는 높은 가산금리 여파로 여전히 연 4%대에 머물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연 4%대로 올라섰다. 우리은행이 연 4.11%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연 4.09%, NH농협은행 연 4.07%, 하나은행 연 4.02%, KB국민은행 연 4.00% 순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일제히 4%대로 올라선 건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11월 3.25%에서 3.00%로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기준금리를 2.75%까지 내렸다. 뒤이어 지난 5월에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담대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9·7 대책으로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강화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거듭 가계대출 대신 기업들에게 자금을 내어주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4조 949억원을 기록해 8월 대비 약 1조 1964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 6월 6조 7536억원 증가, 7월 4조 1386억원 증가, 8월 3조 9251억원 증가 등에 견주면 확연한 감소세다.
한편 높은 대출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8월 은행권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48%포인트(p)로 전달 1.468%p 대비 약 0.012%p 상승했다. 올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의 예대금리차인데, 1년 전인 지난해 9월 0.734%p에 견주면 약 0.746%p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 1.66%p, 신한 1.5%p, 국민 1.44%p, 하나 1.43%p, 우리 1.37%p 순이었다. 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축소하는 가운데 예대금리차는 매월 상승하고 있는만큼, 한동안 이자장사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