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항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숨긴 채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희기동물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색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한 희귀 왜래생물을 판매할 목적으로 밀수하는 경우도 큰 이유중 하나다.
최근 미국 뉴저지 공항 교통안전국은 살아 있는 거북이를 바지 속에 숨긴 채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던 남성을 적발했다.

12일(현지 시각)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뉴저지 공항 교통안전국 직원은 공항에서 신체 스캐너 경보가 울리자, 해당 남성을 몸수색해 바지 사타구니 부분에 숨겨진 무언가를 확인했다. 남성은 곧바로 바지 속에 손을 넣어 파란색 수건에 싸여 있던 약 12cm 길이의 거북이를 꺼냈다.
이 남성은 해당 거북이가 애완동물로 인기 있는 종인 붉은귀거북이라고 밝혔지만 거북이가 본인의 반려동물인지, 왜 바지 속에 거북이를 숨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뉴저지 연방 보안 책임자는 "여행객이 칼이나 기타 무기를 몸이나 신발, 수하물 속에 숨긴 경우는 종종 봤지만, 바지 앞쪽에 살아있는 동물을 숨긴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항에서도 희귀 뱀과 곤충 등을 밀수하다 적발된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해 11월 ‘외래생물 밀수 특별단속’을 실시해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급)인 코모도왕도마뱀 등 외래생물 1865마리(시가 19억 원 상당)을 해외로부터 밀수한 일당 1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인천공항세관은 특별단속기간 동안 외래생물 밀수 전과자들과 우범여행자에 대한 분석 및 동태 관찰을 하던 중 지난해 5월 태국에서 입국하는 밀수 운반책을 검거한뒤 공범을 추가적으로 붙잡고 외래생물을 압수했다.
압수한 외래생물의 종류는 도마뱀, 거북, 전갈 등 다양했으며 CITES 1급 코모도왕도마뱀, 에메랄드트리보아(뱀) 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희귀 외래생물도 포함됐다.
특히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대형 도마뱀으로 현재 전 세계 개체수 5000마리 이하로 추정되며 공식적으로 국내 수입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밀수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2년간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국하면서 외래생물을 운반책의 하의 속옷과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수십 회에 걸쳐 밀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들은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을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거나 전문 파충류 가게에 판매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버마별거북(CITES1급)을 태국에서 30만원에 구매한 뒤 국내에 몰래 들여와 400만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2019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인천공항과 서울·부산·인천세관에서 적발한 외래생물 밀수 건수는 총 137건으로 금액은 33억7200만원 규모였다고 밝혔다.
외래생물은 뱀이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도마뱀 32건, 거북이 29건, 지네 25건, 거미 21건, 전갈 19건, 곤충류 17건, 악어 14건, 고래고기 8건, 기타 49건 등이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비행기로 입국한 여행자는 국제 멸종위기종인 오리엔탈쥐뱀 1마리를 포함해 외래생물 총 28마리를 여행용 가방 속 과자 상자에 숨겨오는 수법으로 밀수입하다 적발됐다. 이에 앞서 8월에는 베트남에서 입국한 여행자는 국제 멸종위기종인 가시자라 2마리 등 외래생물 총 86마리를 여행용 가방 속 양말 안에 숨겨 들여오다 걸렸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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