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사보다 ‘갑질 피해’ 응답비율 높아
공립유치원 교사 수 적어 가해·피해자 분리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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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상급자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사결과 ‘갑질을 경험했다’는 유치원 교사는 초·중·고보다 훨씬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26일 전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내 유치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의 심각성을 알리고 교육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앞서 지난 25일 순천 및 여수교육청에서 유치원 상급자 갑질 실태를 고발했다.
유치원 교사들이 경험한 갑질 피해는 다양했다. 수업을 마친 후 병원에 가기 위해 조퇴를 신청해도 이를 제한하거나, 모성보호 시간, 육아시간 사용 등을 요청하면 눈치를 줬다.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결제를 지연하거나 초과 근무를 했는데 시간 외 근무 신청을 막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교사들에게 “화장을 좀 하고 다녀라” “교사가 청바지를 입고 다녀요” 등 외모와 복장을 평가하는 상급자도 있었다.
김경민 전교조 전남지부 유치원위원장은 “유치원에서는 아직도 1970~1980년대의 학교 문화가 남아 있다”며 “유치원 조직이 매우 작고 폐쇄적이다 보니 신고인의 신상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더 방관하지 말고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지역 교사 2만2417명 중 유치원 교사는 2418명으로 전체의 10.8%에 불과하다. 이들은 단설이나 병설 등 500곳의 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사 수가 많지 않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커 피해를 입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다른 교사들보다 갑질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전교조 전남지부가 지난해 5월 실시한 ‘갑질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3년 내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초·중·고 교사는 50.6%였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67.7%가 갑질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 지시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다’는 응답도 교사는 50.6% 였지만, 유치원 교사들은 67.7%로 높았다. ‘연차휴가·병가 사용 시 사전 결재를 강요당하거나 거부당했다’는 응답도 교사는 36.0%에 그쳤지만 유치원 교사는 50.5%에 달했다.
신왕식 전교조 전남지부장은 “교육청이 민원처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는 기본이고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도 되지 않고 있다”면서 “신고를 해도 바뀌거나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신고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