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트레커스
중국 중원(中原)이라 불리는 허난(河南)성의 성도인 정저우(郑州)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을 달리면 만선산(萬仙山)에 닿습니다. 이름대로 만명의 신선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발 1500~2000m 사이에 수많은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이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만선산 서쪽엔 절벽 위 마을, 궈량춘(郭亮村)이 자리합니다. 수백년 전, 난을 피해 온 사람들이 은거하는 마을. 우리로 치면 십승지(十勝地, 난을 피해 살 만한 땅)입니다. 만선산 궈량춘 트레킹은 이 마을 사람들이 절벽을 뚫고 협곡 아래까지 파 놓은 절벽장랑(絶壁長廊)을 걷습니다.
중국 허난성 트레킹
① 소림사를 찾아 떠나는 숭산(崇山)
② 만신(萬神)의 산, 만선산(萬仙山)
지난달 25일 중국 허난성 신샹(新乡)시 궈량춘을 찾았다.정저우공항에서 약 200㎞, 꼬박 3시간 거리다. 중간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지만, 산 아래로 접근할수록 길이 구불구불해 생각보다 멀다. 현지 가이드 왕리샤(40)는 직접 자신의 차를 끌고 와 한국에서 같이 출발한 여행사 직원과 기자를 만선산 아래까지 안내했다. 중국은 이렇게 자차로 영업하는 행위가 빈번하다. 왕리샤처럼 자차로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안내까지 해주는 가이드의 일당은 보통 하루 1000위안(약 20만원) 정도라고 한다.

중간에 들른 신샹시는 최근 중국 허난성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도시다. 다른 관광지에 비해 낙후해서다.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들어가 보니 여러 모로 낙후했다. 단, 물가는 싸다. 양갈비 전문 식당에 들어가 냄비에 가득 담긴 양갈비를 배불리 먹어도 절반이 남을 정도였는데, 점심 값이 160위안(약 3만2000원)이었다. 상추 등 밑반찬과 맥주 2병 값을 합한 가격이다.
인구 600만의 신샹시는 나날이 인구가 느는 도시라고 한다. 산과 들, 논밭이 많은 허난성 각지에서 농부들이 모여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내 마트에 들렀더니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뤄 쇼핑은커녕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할인 행사 때문이다. 비닐로 포장된 두부 한 모가 ‘3위안(약 600원)’이라 적혀 있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푸른 옥수수밭 길을 지나

신샹시에서도 만선산 입구까지는 1시간 반을 더 들어가야 했다. 가는 길엔 옥수수밭 천지였다. 왕리샤는 깔끔한 국도를 외면하고 굳이 옥수수밭 사잇길을 달렸는데, 최단거리를 설정해둔 모양이었다. 덕분에 한여름 땡볕과 우기의 습기를 머금고 하늘로 쭉쭉 뻗은 옥수수 벌판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