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현 천문연구원장 “5년 내 국산 우주망원경 만든다”

2025-06-11

“5년 내 국내 기술로 우주망원경을 독자 개발하겠습니다.”

박장현(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우주 경쟁 시대에 우주탐사와 관측 역량을 높이고 산업적 기반도 다지겠다”며 한국 최초의 우주망원경 개발 계획을 밝혔다. 박 원장은 “기존에 다른 나라들과 공동 개발한 국제협력 우주망원경과 달리 국내 기술을 70% 이상 탑재해 우리가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에 주력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개발한 우주망원경을 천문연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이 “2027년까지의 임기 내 우주망원경을 만들어놓고 가겠다”고 한 만큼 이르면 내년도 예산 신청을 통해 개발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하반기 설치 예정인 (지상 망원경) ‘K드리프트’의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망원경 ‘S드리프트’의 기술 타당성을 우주항공청, 학계 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 개발 로드맵이 마련될 것이다”고 전했다. 개발을 위한 초기 예산은 500억~8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망원경은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는 대형 망원경이다. 지구 대기권의 방해를 받지 않아 지상 망원경보다 더 선명하게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우주 개발이 본격화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우주 진출을 위한 사전탐색이나 고난도 연구를 위한 정밀 관측에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1990년 미국 허블 우주망원경부터 최신형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까지 해외에서는 줄이어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독자 개발된 적 없다.

한국이 세계 7번째로 대형 우주발사체(로켓) ‘누리호’ 개발에도 성공한 만큼 우주망원경 기술 경쟁에도 뛰어들 때가 됐다는 게 박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의 산업 기반을 봤을 때 경험이 없을 뿐이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며 “첫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기술들을 검증하고 더 큰 도전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국제협력과 달리 국가가 투자한 만큼 자산을 남길 수 있는 독자 개발 역량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우주망원경 개발은 누리호처럼 민간과 협력하고 발사도 가급적 국산 로켓을 쓰는 방안이 검토된다.

박 원장은 “관련 노하우를 쌓기 위해 연내 다양한 국제협력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태양 코로나그래프, 스피어엑스, K드리프트, LSST 등 하반기 사업들을 소개했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개발한 태양 관측용 우주망원경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주변 초고온의 플라즈마 대기인 코로나를 밀도로만 관측할 수 있었던 기존 기술과 달리 온도와 속도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우주청은 이날 코로나그래프가 세계 최초로 태양 반지름의 3~8배 범위에 분포하는 코로나에서 온도와 속도를 알 수 있는 영상 데이터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스피어엑스 역시 한미 공동 개발을 통해 임무 수행 중이다. K드리프트는 보름달 100개를 한번에 관측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50㎝급 해상도를 가진 국산 지상 망원경이다. 칠레 엘소스천문대에 2대가 설치돼 남반구 하늘의 초극미광 탐사를 수행하며 올 하반기에 첫 이미지가 공개된다. LSST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남반구 전천(全天) 탐사 프로젝트로 20년 준비 끝에 첫 관측결과가 역시 하반기에 나온다.

박 원장은 새로운 목표에 맞춰 조직도 정비해나갈 방침이다. 올 초 취임 직후 우주망원경 사업을 담당할 우주탐사연구본부를 포함한 4개 본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우주 분야 고난도, 대형 연구를 전담하는 방향으로 기관 역할도 강화한다. 그는 “내년 주요사업 과제를 20여개로 줄여 중과제 중심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라며 “무분별한 수주를 자제하기 위해 사업 수탁 규모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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