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문성민이 떠난 그 자리··· MVP로 자란 허수봉이 메운다

2025-04-15

MVP 트로피를 손에 든 현대캐피탈 허수봉(27)은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로 지난달 20일 천안 홈에서 열린 OK저축은행전을 꼽았다. 현대캐피탈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레전드’ 문성민(39)의 마지막 경기였다. 문성민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던 3세트 중반 코트를 밟았고, 현역으로 마지막 2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허수봉은 “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선수가 마지막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허수봉이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2016~2017시즌, 문성민은 최고의 선수였다. 2015~2016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MVP를 차지했다. 당시 남자배구 많은 선수가 그렇듯 허수봉 역시 문성민을 보고 프로배구 선수로 꿈을 키웠다.

그렇게 9년이 지났다. 문성민이 현역 생활을 마치고 코트를 떠난다. 이제는 허수봉이 그 자리를 채운다. 허수봉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MVP에 오르며 국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허수봉은 “신인때부터 성민이 형을 보고 배우며 정말 많은 걸 얻었다. 성민이 형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하고 싶다”고 재차 감사를 표했다.

지난 시즌만 해도 허수봉을 두고 문성민의 뒤를 이을 선수라고 부르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현대캐피탈의 주포인 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1시즌 만에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느냐’는 말에 “공격 효율에서 많이 좋아졌다. 상대 블로킹 벽을 이용한다든가 다른 선택지까지 많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그저 힘 만으로 공격을 했다면 이제는 상대 움직임까지 살피고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시야가 넓어졌다는 이야기다. 허수봉은 “(필립) 블랑 감독님이 제가 상대한테 막혔던 공격 영상을 많이 보여 주시면서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주장을 맡으며 부쩍 책임감이 커진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허수봉은 “모두가 주장을 바라본다. 그래서 운동할 때 단 한 번도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올 시즌 성장했다면 그게 비결이다”라고 했다.

허수봉의 목표는 V리그 2연패다. 나아가 국제대회에서 전과 다른 성적을 내는 것이다. 허수봉이 메워야 할 건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빈 자리뿐만이 아니다. 대표팀 주포 역할까지 이어받아야 한다. 문성민이 대표팀 공격을 이끌던 시절 남자 배구는 국제대회에서 마지막 황금기를 보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2010년 대회 동메달, 2018년 대회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2022 항저우 대회 남자 배구는 12강 토너먼트에서 패하며 전체 7위에 머물렀다.

대표팀 주포는 이제 허수봉이다. MVP를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올라선 만큼 대표팀에서 허수봉의 역할과 기대치 또한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허수봉은 “지난해부터 대표팀 어린 선수들끼리 모여서 이제는 정말 결과로 보여드려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잘하고 오겠다는 말을 항상 해왔지만 이번은 정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V리그 인기가 올라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모두가 그렇게 할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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