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국민가수'가 노래 잘하려고 먹는다는 ‘의외의’ 음식

2025-08-27

‘비 내리는 영동교’, ‘눈물의 부르스’, ‘신사동 그 사람’, ‘잠깐만’,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이미자를 잇는 트로트의 여왕으로 평가받는 주현미.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그는 벌써 데뷔 40년차가 된 베테랑 가수다.

주현미는 혼혈 화교 출신으로 1961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만 국적의 중국인이며 어머니는 토종 한국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의사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한약재 사업을 했다. 훗날 주현미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 면허증을 가지게 된 것도 집안의 영향이 컸다.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모두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학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것. 여담으로 주현미도 한의대에 가려고 했으나 점수가 모자란 탓에 약대에 갔다고 한다.

주현미는 대학교 졸업 후 서울 중구에서 ‘한울’이라는 이름의 약국을 운영했다. 하지만 워낙 수줍음을 타는 성격에 사업 수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손님이 적어 금방 가게를 접었다. 당시는 의약분업이 이뤄지기 전이라 의사의 처방전이나 증상과 상관없이 영양제, 항생제 등을 요구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주현미는 이를 거절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을 권해 ‘별난 약사’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주현미는 약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데뷔 시절 ‘약사 가수’로 불리며 연예계에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당시 대학가요제 출신이 아닌 이상 대학을 나온 가수가 적었던 때이기도 했고 ‘약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특별한 인상을 준 것이다.

주현미는 1998년 28살의 나이에 한국 록그룹 비상구(EXIT)의 보컬리스트 출신이자 조용필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임동신과 결혼했다. 40일간 미국 공연을 함께 한 것을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당시 주현미가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가수 일을 포기하려 했지만 오히려 남편이 일을 포기하고 주현미의 매니지먼트와 프로듀싱 작업을 도우며 외조에 나섰다. 여성이 결혼하면 모든 일을 접고 전업주부로 내조에 전념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통해 주현미는 대한민국 국적으로 귀화했다.

최근 주현미는 약사 출신답게 노래가 잘 나오게 하려고 먹는다는 ‘특별한 식단’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주현미는 지난 10일 MBN ‘알토란’에 출연해 데뷔 이래 40년간 유지해온, 무대에 오르기 전 먹는 자신만의 식단과 건강 루틴을 소개했다.

이날 주현미는 대기실에서 무대를 준비하던 중 컵라면에 방울토마토와 레몬즙을 넣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토마토에 들어 있는 비타민 A가 기름과 만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라며 “컵라면에 면이 튀겨져 기름이 있으니 영양 흡수가 잘 된다. 여기에 레몬을 넣으면 느끼함이 사라진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음식을 이것저것 거하게 먹으면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돼서 노래가 잘 안 나온다”라며 “이렇게 먹어야 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김밥 반줄을 곁들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현미는 “프로폴리스 같은 걸로 목 관리를 한다”라고 밝히며 “종합 비타민을 챙겨 먹고 양배추가 위장에 좋아 양배추즙도 챙겨 먹는다. 근데 맛은 진짜 없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출연한 이연복 셰프가 토마토와 레몬즙을 넣은 라면을 맛보더니 “이런 조합은 처음 보는데 맛이 좋다”라고 감탄했다. 이어 이연복 셰프는 “주현미와 동창이다”라며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알고 보니 주현미와 이연복은 한성화교소학교 1학년부터 6학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남다른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반전은, 주현미는 처음에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 이에 대해 주현미는 “누가 ‘이연복 셰프랑 동창이냐’라고 물어보면 ‘그랬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없었다”면서 “나중에 보니 그때 그 친구더라”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연복 셰프는 “저는 주현미가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라며 “어렸을 때 현미가 ‘이미자 모창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온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데뷔 후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저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거다’라고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이연복은 “학교에 가면 화교 박물관이 있는데, 화교를 빛낸 사람들 속에 저와 주현미가 있다”면서 방송 최초로 주현미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공개했다. 이연복 또한 대만 국적의 화교 2세로 현재는 대한민국 국적으로 귀화했다.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우정이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라면에 토마토와 레몬 조합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라면만 먹으면 죄책감 드는데 나도 저렇게 먹어봐야지”, “역시 약사 출신다운 영양 식단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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