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갖춘 이들은 144만 명 정도다. 흔히 ‘외국인 노동자’라고 지칭되는 농촌지역 일꾼 혹은 공장노동자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단순 노무 외국인은 취업 가능한 외국인의 21.5%에 불과하고, 일하는 외국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건 재외동포다. 한국계 혈통을 지닌 구소련 지역 카레이스키,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이 재외동포용 방문취업(H-2) 비자나 재외동포(F-4) 비자를 받아 국내 육체노동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식당에서 흔히 보는 ‘조선족 이모’들이나 병원에서 환자 돌봄을 수행하는 ‘조선족 간병인’이 64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 노동자다.

이런 막대한 수의 인원이 국내 노동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다. 조선족은 현대 한국어와 유사한 조선어를 사용해, 별다른 교육 없이도 국내 사용자가 한국어로 하는 업무지시를 이해할 수 있다. 조선족을 통해 한국어 구사 인력이 쉽게 충원되다 보니, 되레 한국어를 쓰지 않는 국가의 노동자를 서비스업으로 끌어오는 정책 도입이 늦어졌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귀한 인력인 조선족이 중국 본토에서 계속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2000년 193만 명을 정점으로 2021년엔 그 수가 170만 명으로 줄었다.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순 인구감소가 관찰된 유일한 사례다. 저출산이 한국 본토만의 문제가 아니다.
끌어와야 할 조선족 인구는 감소하는데, 정작 조선족 중년 여성들이 전담하고 있는 국내 돌봄 수요는 끝없이 증가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발표한 ‘외국인 주민정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서울 내의 간병 수요는 약 14만 명으로, 현재 간병인력(약 4만 명)을 고려하면 3~5배 이상의 추가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넘어 간병인도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단 정책이 나온 이유다. 재외동포라는 편리한 인력풀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도 돌봄 인력을 수입해야만 가까스로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인데, 법무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소위 ‘고급 외국인’만 받아들이려는 낡은 관성이 남아서다.
다행히 올해 1월부터 비교적 전문적인 인력에 부여하는 특정활동(E-7) 비자의 발급 범위에 요양보호사가 추가됐으나, 자격요건으로 국내대학 전문학사 이상의 학력과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명시해 큰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돌봄 현장에서는 전업 간병인에게도 별다른 자격을 요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데, 한국말도 낯선 외국인이 저런 빡빡한 조건까지 맞춰가며 한국에서 일하려 할까. 더 늦기 전에 외국인 인력의 문턱을 훨씬 더 낮춰야만 한다.
박한슬 작가·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