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겨울은 / 김선남 / 창비 / 52쪽 / 1만 5800원
겨울은 잠들게 하고/ 하루하루 참고 견디게 하지만/ 우리를 함께 있게 해/ 때로는 정신없이 휘청이게 하고/ 지난날을 그리워하게 하지만/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해 (본문 中)
성큼 다가온 겨울 풍경을 따뜻한 그림과 서정적 문장으로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발간됐다. 20여 년 간 나무를 공부하며 자연 속에서 삶과 생명을 성찰해온 김선남 작가의 신작이다. 한 그루의 나무와 그 속에 함께 사는 생명체들의 겨울나기 모습을 그렸다.
여름의 끝자락, 잎 사이에 내민 겨울눈은 두터운 옷을 입고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나비는 알을 낳고 어치는 숲속에 도토리를 숨긴다. 고라니와 청설모는 겨울 털옷으로 갈아입고 제비는 새끼에게 하늘 높이 나는 법을 가르친다. 먼 곳에서 날아온 기러기는 목을 축인다.
겨우내 한 그루의 나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고 순환을 준비한다. 쌓이는 눈과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나무는 보금자리가 된다. 멈춰 있는 것 같지만 고요히 봄을 준비하고 힘을 응축시킨다. 나이테가 하나 늘어나고 나무와 자연은 성장한다.
작가는 이런 겨울의 풍경을 아크릴 구아슈, 색연필, 펜 등 복합재료로 정겹게 그려내며 문장에 여운을 남긴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림은 나비의 날개짓과 푸른 하늘을 높이 새들의 모습에서 주변을 환기할 수 있다. 겨울 밤 달이 뜨고, 세찬 바람에 숲이 흔들려도 웅크리고 있는 생명들의 모습은 삶의 연속성을 느끼게 한다.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겨울을 나는 나무와 동식물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생명력과 상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바쁜 일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