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 ♂️ 보수화가 '환상'이라고?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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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2030 남성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현상이 기삿거리가 되기 시작했을 때 깊은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2030 남성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탐구하기보다,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현상 자체만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보일까 봐 걱정됐습니다. 결국 2030 남성 집단을 향한 특정 인식을 강화하는 결과만 낳을 테니까요. 그런 이야기로 우리가 지을 수 있는 건설적 미래가 어떤 게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청년 남성이 보수화됐다'는 인식이 '환상'이라고 진단하는 칼럼 한 편 읽고, 대화하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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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된 청년 남성'은 환상?

2025. 2. 10.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2030 남성의 보수화'란 이야기가 다양한 사건을 소환하며 거대한 해석을 낳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과 젊은 남성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담을 넘어 기물을 파손하고 판사를 찾겠다고 난동을 벌였다. 탄핵은 지지하더라도,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에 있어 2030 남성의 호응이 적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광장 속에서 '응원봉'을 든 2030 남성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3년 전 2번 후보에게 투표한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찍남'이란 꼬리표도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2030 남성들에 대한 형상을 강화한다. 초유의 비상계엄 과정과 이후 드러나는 사태의 전말에 대한 분노가 상승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 가지는 짚자. 우선 2030 남성들의 보수화가 있다손 치더라도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현상만 보자면, 미국의 다수 젊은 남성들도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 유럽연합(EU)의 많은 젊은 남성들은 주류 보수 정당 대신 극우 정당에 열광한다. 반대로 젊은 여성들이 민주당 또는 녹색당, 혹은 사회당 등 주류 좌파·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 김창길 기자

한국의 2030 남성들이 특별히 보수화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현상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자면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는 현상이다. '더 진보적'인 정치적 선택지도 이제는 희미하다. 미국에서도 전체 투표 관점으로 보면 트럼프가 표를 더 가져간 게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로 가야 할 표가 줄었을 따름이다. 여기든 저기든 리버럴 정당에 대한 지지가 확연히 줄었다고 표현해야 한다. 가치 차원에서 보면 미국이나 유럽의 젊은 남성들은 성소수자 인권, 페미니즘, 이민 정책,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며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한국의 남성들은 젠더 문제에 있어 이들보다 유보적이며 이민 정책,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대해 뚜렷한 보수적 태도가 관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2030 남성들이 단일한 무리인지 의문이다. 2030 남성들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펨코(fmkorea)와, 윤석열 마이너 갤러리에 접속하는 집단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펨코는 내란 사태에 대한 반대 의견이 주류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열심히 글을 읽고 댓글과 추천을 교환하는 행위도 소수에 그친다. 모든 세대가 그렇듯 젊은 남성들도 유튜브를 켜고 쇼츠를 주로 본다. 시청 채널도 파편화되어 있어 역설적으로 극우파 채널을 소비하는 2030 남성은 극소수에 그친다. 능력주의와 시험에 대한 극렬한 옹호는 계층적 쟁점에 그친다. 작년 2030 남성들에게 많이 회자되었던 영상 중 하나는 부상 군인이 로봇과 함께 재활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공화국 시민으로서 병영생활을 이행하는 동년배 청년에 대한 공감은 여전히 체제에 대한 합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민주주의 정치질서에 대한 그림에 대한 합의가 다를 뿐이다.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워키즘' 비판이나 안티 페미니즘, 소수자 정책에 대한 공격에 그 자체로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규범론적인 담론 비판은 2030 남성에 대한 판단과 별개여야 한다. '보수화된 청년 남성'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특별한 효과가 없는 게 서구와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러스트벨트의 젊은 레드넥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트럼프주의의 폭력성과 정치적 문제점을 비판한다 한들, 돌아오는 것은 세계의 쪼개짐뿐이다.

현재는 2030 남성 다수가 누구인지, 그들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이해나 이들을 포괄할 공동의 가치·이념적 틀·전략은 없고, 꾸짖음뿐이다. 비판하는 주체와, 변화해야 한다고 간주되는 주체가 마주치지 않으면 세계는 쪼개질 것이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파편화된 세계가 오프라인이라고 다를 리 없다.

보수화가 걱정이라면 이들의 이념과 정치적 선호가 굳어버리기 전, 차단이 아닌 적극적인 마주침과 연결이 필요하다. 좌·우 클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당의 본원적인 청년정책에 대한 방향성 성찰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청년 남성들을 더 두텁게 이해하고 정치적으로 개입하며 재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응원봉'이 만들어낸 '다시 만난 세계'가 고립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확장되려면 말이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심사를 받던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에 갔었습니다. "빨갱이" "XX놈" 등 악을 쓰는 흉한 소리, 윤 대통령을 숭상하는 맹목성을 보고 듣는 것은 고통스러웠어요. 자진해서 가 놓고도, 솔직히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이 다 사라질 수 있을까'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리석은 상상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저들을 어떻게 민주당에 끌어들일 것인가 고민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거예요."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 나름대로 죽을 때까지 갑니다. (…) 이건 고쳐지지 않습니다."

"희망 갖지 마세요. 지금은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지."

박구용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법원 폭동에 찬동한 젊은 남성들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란 정말 쉽지 않죠. 사라졌으면 좋겠고, 말라비틀어졌으면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정치권에서 나오기엔 참으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말입니다.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각자도생에나 몰두한다는 '20대 개새끼론'이 등장한 지 벌써 10년을 훨씬 넘었어요. 청년 집단을 조명한 경향신문 기획기사 '부들부들 청년' 시리즈는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구조는 쏙 빼놓고 '너희는 왜 투표 안 하냐'고 탓하는 식"이라는 말을 실었습니다. 청년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유통할 공간·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청년 집단이 정치권에서 과소대표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충분히 오래됐어요. '이대남'이란 말이 나오고 '2030 남성이 보수화됐다'는 진단이 등장하기까지, 정치권은 청년 관련 숙제를 얼마나 풀었는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필요한 건 "희망 갖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탐구심일 겁니다. 왜 2030 남성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에 여성보다 덜 나왔는지, 법원을 뒤엎어야 한다고 믿는 청년 남성이 전체 2030 남성 중 얼마나 되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마음이요.

그런 탐구심으로 쓰인 기사를 소개합니다.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한 기사예요. 이들은 마땅한 공론장을 찾기 어렵다,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통로와 경험이 없었다, 정치권이 문제라고 토로합니다. 정당의 청년 정책 방향성을 성찰하고, 이들을 더 두텁게 이해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칼럼 필자의 진단과 상통합니다. 손가락질하기보다, 서로 탐구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1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적반하장 끝판왕

  • "(계엄 당일) 국민에게 군인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계엄 상황에서 경비 질서를 유지하러 간 군인이 시민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검사 시절 경험을 들며 수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확보한 조사 내용을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3월 말쯤 삼청동 안전가옥 만찬 때 윤 대통령이 비상조치 관련 구상을 거론해 말린 적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소방청 단전·단수'가 적힌 쪽지는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 이상민 전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형식을 갖춘 회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뒤집은 것입니다.
  • 이날 헌재 근처는 경찰 경비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력·난동을 암시하거나 모의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중국, 중국, 중국…

  •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에서 혐중 의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중국이 '하이브리드 전쟁'을 일으키는데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입니다.
  • 윤 대통령 측은 계속해서 'QR코드 조작'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조작설은 2020년 21대 총선때 처음 나왔습니다. 낙선한 민경욱 의원이 "중국 해커가 전산을 조작했다"며 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냈고, 대법원이 기각한 바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핵심 근거로 내세우는 부정선거론은 이날 국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 증인신문 과정에서 설득력을 크게 잃었습니다.
  • "한국 내정 문제를 근거 없이 중국과 연계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10일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힌 겁니다.
  • 정치권이 부추긴 중국인 혐오가 국내 이주민에게 실질적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인권 보장?

  • 국가인권위원회가 윤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을 '꼼수' 의결했습니다. 극우단체는 '승전보'라며 반깁니다. 반대한 위원들은 "인권위 사명에 반하는 일"이라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바깥에서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국민의힘 옛 지도부가 연일 대통령의 옥중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서면서 당을 '의왕출장소'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보수단체가 광주 금남로의 5·18 민주광장에서 유명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장소 사용을 불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에 가담한 63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연세대 수시 논란이 남긴 것

지난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두고 '유출 의혹'이 벌어졌었죠. 대학과 수험생이 법적 다툼을 벌였고, 추가 시험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결말과 교훈을 짚어봤습니다.

1센트가 사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센트 동전 주조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1센트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2센트 넘는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요. 앞서 일론 머스크도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숨은 농부 찾기

알고 지내는 농부가 있으신가요? 없다면 '숨은 농부 찾기' 인터랙티브 기사에서 한번 만나보세요. 한 가지 팁! 아랫줄에서 농민 얼굴을 클릭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사가 초등학생을 죽였다

지난 10일 40대 교사 A씨가 재직 중이던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A씨와 피해 학생 사이엔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건강보험 보장성이 약화하고 악화할수록 실손보험 시장은 확대되겠지요. 행위별 수가제 등 현행 건강보험료 급여지급 체계의 허점과 문제점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에 전문가나 관련 단체들이 조사, 연구해온 보고서나 데이터 등을 살펴보고, 나아가 건강보험 개혁과 관련된 주요 논점을 소개해주었다면 더 풍성한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건강보험, 연금, 고용·산재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된 주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다뤄주시고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반바지님)

📝 지난 점선면Lite <🏘️ 집 한 채 받는데 손해?>에 한 독자님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뉴스 따라잡기'에 소개한 기사를 읽고 의견을 남겨주신 듯해요. 정부 월세 지원이 월세를 밀어올리듯 실손보험금이 비급여 진료비를 끌어올린 현상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반바지님이 말씀하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급여 치료과 비급여 치료의 관계는 꼼꼼히 짚어볼 만한 문제입니다. 최근의 의료대란과 필수의료 강화와도 연결되어 있고요. 특정 실손보험 상품 하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궁금증이 생긴 독자님께는 먼저 이 기사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해요. 조만간 레터에서도 이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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