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교체 시기가 도래한 노후 고속철도차량(KTX) 교체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이 여야 공동으로 추진된다. KTX 운임이 14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열차 교체까지 코레일 자체 비용으로 부담하면 경영난이 악화해 안전 관리도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노후 철도차량 교체 때 정부가 필요 자금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6명이 참여했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KTX 1316량(86편성) 중 절반 이상인 920량(46편성)은 2003년 도입한 KTX-1 차량이다. 고속 열차의 기대 수명은 30년인만큼 이들 열차는 2033년이면 새 열차로 교체돼야 한다. 차량 발주부터 인수까지 보통 7년의 기간이 걸려 올해 대체차량 도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레일은 920량 전량을 교체하는 데 최소 5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이 추진되는 이유는 현재 코레일 재무 여건상 자체 비용으로 차량을 교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265.4%에 달했다. 누적 부채로 인한 이자 비용은 지난해 4130억 원으로 하루 10~11억 원 꼴이지만 2017년 이후 9년째 영업 손실이 이어지면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2월을 마지막으로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4년 사이 57%나 오른 전기 요금(2021년 3687억 원→지난해 5796억 원), 적자 노선 교차 보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5조 원에 달하는 노후열차 교체 비용을 자체 부담하면 코레일의 부채 비율이 400%로 급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 한국철도공사법·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노선 개통에 필요한 철도 차량 구입비의 50%, 노후 전동차량 구입비 30%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KTX-1 교체는 신규 노선 개통, 전동차 교체가 아니기 때문에 현 제도로는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다. 손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노후 철도차량 교체는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의원들이 필요성에 공감해 발의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기준은 법안 통과 후 국토교통부령 개정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교체 비용 중 얼마를 지원할지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국민 안전과 급증하고 있는 철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KTX의 적기 교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도 “고속철도 이용자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체차량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