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습호우에 가평 일대 초토화
산사태·급류로 2명 사망, 5명 실종
“자고 있는데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 봤더니 거실이 반쯤 물에 잠겨 있었어요. 떠내려온 소파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20일 수마가 할퀸 경기 가평군 일대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조종천의 물이 차올랐던 가평 대보교에는 나무 등 쓰레기기 잔뜩 쌓여 있었고, 대피령이 내려졌던 대보1리에서도 민가와 젖소 농장 등 시설이 무너져 아수라장이었다. 주민들은 새벽 4시부터 조종천에서 물이 불어나 새벽 5시쯤 마을 전체가 초토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보1리 주민 김희상(74)씨는 “40년 살다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날 산사태로 쓸려온 흙에 집이 무너지면서 70대 여성이 숨진 신상리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고 지점의 주택 3채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졌고 흙더미 속 파묻힌 냄비 등이 주민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숨진 김모(77)씨를 주민들은 밥 잘 차려주는 이웃으로 기억했다.
한 주민은 “친절한 동생이었는데 어처구니없는 참변을 당해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전날 경로당에서 닭 수십 마리를 손질하고 밤늦게 귀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초복 날 마을의 지원을 받아 이웃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그는 홀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평군에는 조종면 등에 오전 3시30분을 전후해 시간당 76㎜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날 17시간 동안 173.0㎜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오후 5시 기준 김씨를 비롯해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중대본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20분쯤에는 대보리 대보교에서 40대 남성이 물에 떠내려오다가 다리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1시25분쯤에는 가평군의 한 캠핑장에서 텐트가 토사에 매몰됐다며 텐트에 40대 부부와 10대 아들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산하리 계곡지역에서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이날 오후 가평군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가평군 상면 대보교와 통합지원본부를 잇따라 찾아 신속한 피해복구를 지시하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해 가평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즉각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가평=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