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기 힘들면 흔히 기질 탓을 합니다. 아이가 고집 세고 산만해서 육아가 힘들다고요.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어요. 타고난 기질도 양육자 태도에 따라 드러나는 모습이 달라진다는 거죠.
임호찬 나사렛대 상담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육아가 힘들면 양육 태도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의 양육이 어떤 측면에서 과하고 부족한지 파악하면 아이의 잠재력을 살리면서 육아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심리상담소와 부모 교육 등에서 널리 쓰이는 부모양육태도검사(PAT·Parenting Attitude Test)를 연구개발한 심리학자다. 이 검사는 금쪽이(문제아)나 가정 문제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한다. 2008년 처음 개발됐고, 지난해엔 부모와 초중고 자녀 총 2만5768명의 자료를 수집·재표준화한 최신판도 나왔다.
검사는 총 43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자녀에게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는 편이다’ ‘내 기분 대로 자녀를 대한 적이 있다’ 같은 문항에 ‘전혀 아니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답하면 된다. 결과는 지지 표현, 합리적 설명, 성취 압력, 간섭, 처벌, 감독, 과잉기대, 비일관성 등 8가지 양육 태도 영역에서 각각 ‘이상적’ ‘지나침’ ‘미흡함’으로 알려준다. 자녀도 검사에 참여해 부모의 양육 방식을 평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지 궁금한 양육자들을 위해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임 교수를 찾았다. 두 아이(만 8세·5세)를 양육하는 기자도 PAT에 참여했다. 임 교수는 결과지를 살펴본 뒤, 3040 부모들이 흔히 빠지는 육아의 함정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지나친 애정과 완벽한 일관성이다. 부족해도 문제지만, 과해도 문제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올바른 양육 태도는 도대체 뭘까? 지난 2일 임 교수를 만나 물었다.
Intro. 나는 어떤 부모일까?
Part1. 처벌·감독 늘고 성취압력 줄었다
Part2. 엄모자부, 보완이 중요하다
Part3. 완벽한 양육이 최선은 아니다
👪처벌·감독 늘고, 성취 압력 줄었다
양육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임 교수도 16년 만에 검사 최신판을 선보이며 이를 확인했다. 8가지 양육 태도 중 평균 점수가 3~4점가량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건 세 가지 영역이었다. 자녀에 대한 처벌·감독, 그리고 성취 압력이다. 처벌·감독은 늘었고, 성취 압력은 줄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정확한 원인은 추가 연구를 해야겠지만, 저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체 부모의 절반이 맞벌이니까요. 부모 둘 다 바쁘다 보니 아이와 길게 대화할 시간이 줄었을 겁니다. 체력과 시간이 부족하니 자녀의 잘못에 대해 좀 더 즉각적이고 엄하게 다스리게 됐을 것이고요. 아이를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니 어디에서 뭘 하는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처벌·감독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성취 압력이 감소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워킹맘이 퇴근하고 아이 공부를 챙겨주기는 쉽지 않잖아요. 알아서 잘하길 기대하는 것도 미안하고요.
검사 문항에 자녀 공부·성취에 관한 질문도 많더라고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이 덜 먹고, 덜 입더라도 내 아이 만큼은 성공하길 바랍니다. 학업에 관심도 지대하고, 남과 비교하는 게 일상이 돼 있죠. 또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나 분신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검사에 ‘자녀가 공부할 때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우리 집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 같은 문항이 그런 양육 특성을 반영한 거예요. 그런 일로 갈등도 잦으니까요.

양육 태도별로 이상적 기준이 있던데, 그건 어떻게 정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