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테일시터형 드론 국내 최초 개발
-내년부터 테일시터형 드론으로 글로벌 본격 진출
글로벌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론의 전략적 가치가 입증되면서 군사용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물류 배송과 시설물 점검 등 민간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차세대 드론 기술로 주목받는 ‘테일시터(tail-sitter)형’ 드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니나노컴퍼니의 김건홍 대표를 만나 니나노컴퍼니의 기술과 시장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테일시터형 드론 개발
니나노컴퍼니가 개발 중인 테일시터형 드론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꼬리로 착륙’하는 독특한 형태의 항공기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며 고속,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테일시터형 드론은 속도가 느리고 비행 시간과 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는 멀티콥터형 드론의 문제를 해결한 혁신적인 드론으로 평가받는다. 연내에 개발을 완료해 내년에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게 니나노컴퍼니의 계획이다.
고정익 항공기는 날개가 동체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의 비행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항공기처럼 양력을 발생시키는 고정된 날개를 이용해 비행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더 멀리, 더 오래, 더 빠른 비행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에 가장 적합한 형태다. 고정익 항공기는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VTOL(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고정익 드론은 활주로가 필요없다.(고정익 중에서 활주로의 유무에 따라 VTOL과 STOL로 나눈다.)
김 대표는 “테일시터형 드론은 시속 100~150km의 비행 속도를 자랑하며, 임무 수행 가능 거리는 20km에 달합니다. 최대 1kg(효과적 탑재량 500g)의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있어 카메라나 센서 등 다양한 페이로드 운용이 가능하며, 특히 현장에서 5분 이내에 조립과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단순화했습니다.”라고 고스호크의 특징을 설명했다.
니나노컴퍼니는 공기역학적 최적화 기술, 경량구조 설계기술을 드론에 적용했다. 공기역학적 최적화 기술은 고성능 컴퓨팅 시뮬레이션을 통해 항력은 최소화하고 양력은 최대화하는 기술이다. 비행체 설계뿐만 아니라 프로펠러 설계에도 적용했다. 드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체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더 가볍게 만드는 경량구조 설계 기술이다. 고성능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비행체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가볍게 만들 수 있도록 제작했다. 더 조용한 비행체를 만들기 위해 소리역학도 적용했다.
니나노컴퍼니의 테일시터형 드론 개발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이스트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동으로 멀티콥터, 테일시터, 링윙(ring-wing) 세 가지 형태의 무인비행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김 대표는 당시 테일시터 개발팀에 참여하면서 테일시터형 드론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
항공우주 전문가가 모여 테일시터형 드론 개발
2020년 김 대표가 니나노컴퍼니의 대표로 합류하면서 테일시터형 드론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서 공기역학을 전공한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로, 니나노컴퍼니는 김 대표를 비롯해 전체 24명의 직원 중 16명이 항공우주, 무인기공학 전공자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니나노컴퍼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초가 튼튼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참여 인력이 항공기술개발, 무인기개발, 드론을 설계한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초 기술이 튼튼하기 때문에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어떠한 드론도 제작할 수가 있습니다. 대응 폭이 넓습니다. “라고 팀의 전문성에 대해 설명했다.
멀티콥터로 시장에서 호평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멀티콥터는 다수의 프로펠러를 이용해 비행하는 형태의 드론이다. 니나노컴퍼니는 세 가지 형태의 멀티콥터를 개발하여 상용화했으며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중형다목적 멀티콥터 ‘HARPIA-H’는 기체 크기 1,600mm, 탑재 중량 16kg, 최대 이륙중량 40kg의 스펙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 충전으로 55분간 비행할 수 있다. 40km/h의 순항 속도로 비행 가능하다. 중형 배송용 멀티콥터 ‘PELICAN’는 기체 크기는 1,280mm로 HARPIA-H보다 작지만, 8kg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으며 최대 이륙중량은 25kg이다. 45분간 비행 가능하며 영하 30도의 혹한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소형 감시/정찰용 멀티콥터 ‘BUBO’는 기체 크기 450mm의 소형 드론으로, 0.5kg의 탑재 중량과 2.5kg의 최대 이륙중량을 가진다. 40분간 비행할 수 있으며 EO/IR 카메라를 탑재하여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이 멀티콥터들은 군사용 감시 정찰, 물류 배송, 시설물 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감시 정찰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솔루션이 중요”
드론 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멀티콥터에서 고정익/VTOL로의 이동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300~400kg의 페이로드로 500km, 심지어 2,000km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늘고 있다”며 “이는 기존 멀티콥터로는 불가능하며, VTOL이나 고정익 형태가 필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첫째는 군사용 시장이다. 최근 각국의 드론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군사용 드론 시장은 2023년 141억 달러에서 2030년 356억 달러로 연평균 14.1% 성장이 전망된다. 군사용 드론은 감시, 정찰, 전투지원, 군수지원에 활용된다. 김 대표는 “군사용 드론 시장은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이 요구되며,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 군사용 드론은 더욱 지능화, 자율화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시설물 점검 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광활한 지역의 송전선이나 송유관 점검에 드론이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송전탑, 풍력, 교량, 댐에 드론을 적용하면 사람이 가지 않아도 되며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김 대표는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할 때에도 드론을 활용하며, 중대재해법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정율을 체크하는데도 드론이 쓰입니다. 아직 건설현장에서 드론을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만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망했다.
셋째는 물류 배송 시장으로,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김 대표는 “물류 배송 시장이 제한적이지만 소외된 지역의 배송로를 유지해 주는 사업, 즉 물류복지차원에서 드론을 활용한다면 큰 시장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라고 강조했다. 니나노컴퍼니는 물류 배송 시장 선점을 위해 드론 스테이션, 운용 관리 플랫폼 등 연계 시스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드론으로 배송된 물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증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니나노컴퍼니는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3년에는 물류 배송용 및 감시정찰용 드론 수출을 통해 180만 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는 테일시터형 드론을 개발 중으로, 2024년 초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요 타깃을 해외 군사용 시장으로 설정했다.
드론 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드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중요한 것은 드론 자체보다는 드론을 활용한 솔루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드론 사업 발전을 위한 제안
김 대표는 드론산업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주요 과제도 제안했다. 김 대표는 “국산화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드론 기술은 이스라엘, 미국, 중국에 뒤처져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기술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국산화율을 높이고 중국 의존적인 공급망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드론 기업 간 협업 체계 구축입니다. 드론 시스템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 측면에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드론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인증 절차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증 비용 지원이나, 인증 대기 기간 중 시험 운행 허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현행법상 불가능한 드론 의약품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한정된 규제 완화 조치인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검토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니나노컴퍼니가 다양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는 드론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니나노컴퍼니가 차세대 드론 기술을 선도하며 이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