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취직하자마자 보험에 가입했던 이서연(37)씨는 최근 보험 리모델링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 검색을 했다. 보험설계사들이 올린 영상 대부분엔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링크와 함께 ‘상담 환영’ 같은 문구가 있었다. ‘프리미엄 혜택 상품’이란 문구에 끌려 영상을 보고 전화 상담을 한 이씨는, 설계사가 무조건 보험사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 같아 가입을 망설였다. 얼마 뒤 이씨는 해당 영상이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광고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짧은 영상엔 주의점이 담기지 않아 혹하게 된다”며 “전화 상담을 받아보니 보장 범위가 좁아 당혹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금융상품 불법 광고 점검과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4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교묘한 허위ㆍ과장 광고 같은 규정 사각지대에서 소비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 등 금융상품 영업에 활용하는 광고 콘텐트가 늘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허위·과장·오인 등 불완전판매 상황을 막기 위해 금융상품 광고는 당국 심의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2조 등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등이 심의를 위반한 광고를 이용해 영업할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유튜브 영상뿐 아니라 블로그ㆍ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리는 콘텐트도 해당한다. 생명ㆍ손해보험협회 소속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속한 설계사 모두 지켜야 한다. 보험회사나 대리점의 준법감시인과 생ㆍ손보협회 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광고엔 ‘심의필’이란 문구와 함께 심의번호, 유효기간 등이 안내된다.

하지만 아예 심의를 받지 않은 영상을 올리거나, 심의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영상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가 많다. 최근엔 설계사가 아닌 일반 유튜버 등이 보험 관련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트인 것처럼 꾸며 대리 영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콘텐트에 특정 설계사 연락처를 공유하면 광고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26개 GA사와 단속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광고물 1만2500개를 적발했다. 이중 심의를 아예 받지 않은 경우는 19.1%였고, 심의필 유효기간을 경과했 누락ㆍ오기재한 경우도 68.1%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 또는 부풀려진 광고를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영상 끝에 심의번호가 있는지,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설계사들 사이에선 심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위반해도 실제로 제재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별로 없는 데다, 심의필을 받기까지 최소 1주일 이상 걸려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취지다. 특히 GA의 경우 대형 보험사보다 심사 인력이 부족하고,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다뤄 제작해야 하는 영상도 많다. GA업계 관계자는 “사소한 부분을 수정하느라 광고 한 개에 길게는 한 달씩 걸리기도 한다”며 “설계사들끼리 서로 신고하는 진흙탕 싸움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댓글ㆍ다이렉트메시지(DM) 등으로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GA나 설계사에게 넘기는 불법 광고 수법인지 살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대리점 등록번호, 보험협회등록번호, 보험설계사 코드 등이 기재돼있는지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