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사다마(好事多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로보락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고객 정보 처리 관련 보안 이슈에 휘말렸다.
로보락은 국내에 로봇청소기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로봇청소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국내 진출 2년 만인 2022년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하며 1위에 등극했고, 지난 해 상반기에는 시장점유율을 46.5%로 늘렸다. 매출도 2022년 1000억원에서 2023년 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로보락은 1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선 60~70%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달에는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2종을 출시하며 올해 성장 가도를 달릴 채비도 마쳤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가뜩이나 개인정보에 예민한 게 국내 사용자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을 수 밖에 없다 .
사용자는 로보락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종전처럼 로보락에 대한 신뢰가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분명한 건 의혹의 원인 제공자가 로보락이라는 사실이다. 로보락의 고객 정보 처리방침이 근원이다. 로보락이 2022년 말 개정한 고객 정보 처리방침에는 국내 로봇청소기 사용자 정보를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사물인터넷(IoT) 기업 투야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에 공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로보락은 중국으로 국내 사용자 정보를 전송하지 않았고, 제 3자에게 사용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고객 정보 처리방침 문구와 표현을 어떻게 수정하고 개선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보락이 사용자 정보를 고객 동의없이 유출했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로보락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사용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로보락이 잘못한 게 없다고 해명하기에 앞서 아예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보안 이슈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현 시점에서 보안 이슈를 어떻게 극복할 지는 전적으로 로보락의 몫이다. 당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로보락을 포함, 국내와 중국 로봇청소기에 대해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현황 관련 실태 점검을 공식화했다.
로보락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한다. 불편한 조언도 수용하고, 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개보위 조사를 통해 고객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의혹을 떨침은 물론이고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만에 하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면 된다. 이후 국내 사용자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실행하면 된다.
차제에 로보락에 제기된 고객 정보 유출 의혹을 해소하거나, 의혹의 근원을 개선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로보락이 운명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부터는 로보락의 '시간'이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