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손들어준 헌재… “국회 방기로 국민 권리 침해”

2024-10-14

헌재법 ‘심판 정족수’ 효력정지

“탄핵심판 중단, 李에 중대한 손해

재판관 3명 퇴임 인한 방지도 필요”

헌법재판소가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헌재 마비’가 예고된 상황에서 탄핵심판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헌재는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국회의 방기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된다고도 비판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탄핵소추된 이 위원장이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탄핵심판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심판정족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리조차 않는 것은 “재판 외 사유로 재판을 정지시키는 것이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권한행사 정지상태가 그만큼 장기화하면서 방통위 위원장으로서의 업무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재판관 공석으로 심리 절차가 중단된다면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이 위원장 사건에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본안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그때는 이미 기본권이 침해된 이후라는 점을 짚으며 “이는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재판관 궐위로 인한 불이익을 그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유사한 문제가 있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은 국회를 향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헌재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직무대행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는 전무하다”며 “국회가 상당한 기간 내에 공석이 된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존재하고, 이러한 의무 이행을 지체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음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재판관 후임자를 1년 넘게 정하지 못하고 추가로 4명이 동시에 퇴임하면서 5명이 공석이 됐다. 2018년에도 재판관 5명의 후임 인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달가량 ‘4인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기본권 침해를 다루는 헌법소원 사건 심리가 중단된다면 국민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9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의 의견을 내놓은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중대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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