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특징은 두루뭉술 공약…부실한 점 더 지적했어야

2025-05-29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2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7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선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대선 공약 검증’ 시리즈를 통해 여러 정책을 간결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반면에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스포츠 중계하듯 경쟁적으로 보도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SKT 유심 해킹 사태 이후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했지만, 주로 기업 관점에서 서술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중국으로의 인재 유출과 관련해 집중 조명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4월 24일자 기획으로 보도한 “1·2호 국가석학도 못 지킨 한국”이다. 최근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충실히 그려낸 좋은 기사였다. 9일자 1면, 8면 ‘반도체 두 도시 이야기’에선 미국 소도시 웨스트라피엣이 예시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실제 공장 공사가 멈춘 평택에선 시의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도 언급이 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 26일자 ‘중국, 세계 첫 로봇 격투대회’ 기사는 기술이 어떻게 응용됐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잘 짚어줬다. 다만, 4월 23일자 1면 “유튜브 20년, 한국선 ‘극단튜브’됐다” 기획은 유튜브 알고리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백지 계정 상태에서 검색어를 입력해 보는 실험 내용이 담겼는데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가 이미 4500만 명이 넘었으니 백지 계정을 이용해 실험을 한 건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SKT 사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중앙일보는 13일자 8면 “보안인력 3분의 1이 외주” 기획을 통해 데이터 보안 사령탑이 임원이 아니라 팀장으로 돼 있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보여줬다.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었고 문제의식이 잘 담겼다. 선거철 중앙일보가 진행하는 대선 공약 검증 시리즈도 인상적이었는데 현재의 쟁점이 무엇인지 후보별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다만 대선후보 TV토론 기사는 토론 내용을 중계하는 듯한 기사가 많았는데 정확한 해설을 덧붙이는 게 독자 입장에선 더 유익하다. ‘시흥 흉기 난동’ 보도가 있었다. 중앙일보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서 가해자의 국적을 밝혔는데 꼭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경우에만 가해자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이번 달 SKT 사태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봤다. 중앙일보는 4월 중순부터 이달 26일까지 35건의 지면 기사를 통해 SKT 사태를 전달했다. 그러나 주로 SKT 관점에 비중을 둔 기사가 많지 않았나 싶다. 과도한 불안을 키울 필요는 없지만 독자에게 균형 있게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대선 공약 검증 시리즈는 복잡한 정책을 간단하게 요약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검증’이란 제목에 부합하려면 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보다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구체적인 정보가 들어갔어야 했다. 지난 19일 발생한 SPC 사망 사고는 주요 일간지 중 중앙일보만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역시 대선 관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객관성과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였으나 조금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단일화 국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인한 국정 공백이다. 단일화 중계에 관심을 쏟느라 이로 인한 부작용은 놓친 것 아닌가 싶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여러 따뜻한 기사들이 돋보였는데 경찰들이 100원씩 십시일반해 순직 경찰 가족을 돕는다는 1일자 16면 기사나,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업체를 다룬 5일자 16면 기사 등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 지면 제목에서 중의적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다. 5일자 14면에서 ‘돈값’의 돈이 머니(money)를 뜻하기도, 돼지를 의미하기도 했다. 8일자 6면 “돌아올 의사 없었던 의대생들”에서 의사도 마찬가지다. 기발한 제목이면서, 독자가 두 번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선거철이지만 정치 기사 외에도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았다. 우선, 5월 14일자 경제 3면 딥페이크·딥보이스를 다룬 기사는 AI 기술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심층 보도였다. 몰입감이 좋았고, 기술 설명의 난이도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전문성을 살려서 쓴 탄탄한 구성의 기사였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최근 SKT 고객 정보 유출 사건도 있었던 만큼 AI 기술의 보안·안전성과 관련해서도 설명을 덧붙여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5월 15일자 1면, 12면에선 스승의 날을 맞이해 교사 전직 러시를 조명했다. 한때 최고의 선망직이었던 교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단 내용이 인터뷰에 담겼지만 한편으론, ‘교사=극한직업’이란 인식이 정서적 프레임처럼 굳어질까 우려됐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대선이 이슈였던 만큼 관련 보도를 유심히 봤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은 의제를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5월 15일자 1면에서 비전은 사라지고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운동을 지적하는 기사가 시의적절했다. 5월 15일자 8면 연금개혁 관련한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 기사는 내용이 충실하고 여러 비판적인 논점들도 제시됐다. 다만, 중앙일보뿐 아니라 대부분 매체에서 지지율이나 단일화 여부에만 몰두할 뿐 후보별 공약이나 비전에 대한 내용은 부실했다. 각 캠프에서 내세우는 정책이 이전 선거 때에 비해 늦게 나온 측면도 있지만 언론에서 선거를 일종의 스포츠 게임처럼 여길 게 아니라 사회 성찰의 기회로 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27일자 10면에서 대선에 밀려 국회처리 경제법안이 30% 줄었다는 기사의 의도는 좋았지만 법안 처리가 줄었다고 해서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전제는 다소 평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영환 변호사=23일자 1면에 “법조인이 아니어도 대법관이 된다…민주당 ‘30명 증원’ 추진” 기사가 실렸다. 중앙일보의 단독 기사였고 파급력이 컸다. 이재명 후보는 하루 만에 민주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고, 일부 법안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각 후보들이 사법개혁·검찰개혁과 관련한 공약을 많이 내고 있는데 정작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약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4일자 14면에선 포항 지진 손해배상 항소심을 다뤘다. 2심이 1심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냈는데 이날 기사는 판결 내용을 간략하게만 전달할뿐 소송 과정과 뒤바뀐 결론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미흡했다. 7일자 2면 ‘치매머니 154조’ 보도는 초고령 사회의 문제점을 잘 발굴한 기사다. 기사에 언급된 여러 치매 관련 제도들이 널리 알려졌음 좋겠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이번 달에는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관련 기사 비중이 높았다. 특히 나랏빚 관련 기사들이 많이 보였다. 19일자 “재원도 없이 선심공약 되풀이하는 대선” 등이 의미 있었다. 방만한 국가 재정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보도를 함으로써 선심성 공약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었다. 한편, 5월 16일자 경제면에서 ‘하우스푸어’ 노인 기사는 정보 가치가 높은 기사였다. 노인들의 소득 대책으로 주택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34만 고령 하우스푸어의 탈출 해법도 제시했다. 5월 7일자 2면 ‘치매머니’ 기사는 많은 시사점을 줬다. 다만, 치매머니가 돌봄 비용 완화 수단이라는 건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어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오세정 위원장=지난 독자위원회에서 중국의 부상이 중요한 문제이니 심층보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는데 이번에 4월 24일자 ‘중국 인재 유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다음 날 중국 로켓 발사 소식도 중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25일자 8면 ‘고비사막의 비밀도시, 우주도시 35번째 로켓’ 보도). 한편, 법관회의가 상당히 주목받았는데 회의를 연 배경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조희대 대법관의 ‘파기환송’ 판결이 급하지 않았나 하는 내부비판적인 시각과 다른 하나는 사법권 독립성 침해 문제였다. 중앙일보가 타사에 비해 후자를 부각해서 썼다고 본다. 이번 대선의 특징이 공약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공약이 두리뭉실하니 차이도 별로 없어 보인다. 논쟁적인 내용은 공약에서 뺐다는 얘기도 있다. 논란이 안 될 내용만 나와 있다. 너무 내용이 없는 것을 더 지적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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