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삶의 무게가 생활물가 상승으로 한없이 무거워지고 있다.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물가가 언제나 안정될지 기약 없고, 이를 핑계 삼아 식품업계 가격 인상도 줄잇고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의 인식과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 물가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 현 정부 경제관료들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1% 올라 3개월 연속 2%대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식품과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가공식품 가격은 지난해 3월보다 3.6%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커피·초콜릿·빵·케이크에서 만두·햄버거·맥주까지 가격이 안 오른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외식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 올랐다. 특히 생선회(5.4%), 치킨(5.3%) 등은 1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2%대 물가 상승’을 두고 “물가 안정 목표에 근접한 수치”라는 당국의 인식에 어안이 벙벙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고물가 속 성장률이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데, “수치상 안정적 흐름”이란 해석을 내놓다니 태평스럽다. 지난해 3월(3.1%)과 재작년 3월(4.1%) 누적 물가를 고려하면 지금 물가는 서민들에겐 그야말로 천정부지 수준이다. 4월에도 라면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경각심을 높이고 비상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숫자 놀음’이나 하고 있으니, 서민들 염장 지르려고 작정한 것인가.
물가 안정을 위해선 환율 안정이 우선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1450원선도 뚫려 고삐마저 놓친 상황이다. 고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 곡물가격과 맞물리면 물가 안정은 요원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환율이 오를수록 유리한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2억원 상당을 투자했으니, 이 고환율 시대 경제수장의 자격과 신뢰를 잃었다. 공직자라면 이해상충을 피하는 게 도리지만, 최 부총리가 과연 물가를 안정시킬 정책을 이끌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자리 보전과 몸 사리기 외에는 무능·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가 경제·민생에서 실기한 과오를 조금이라도 씻기 위해선 밤낮없이 물가 안정에 심혈을 쏟아야 한다. 이 정부 경제팀에 주어진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