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판옵티콘 감옥

2025-04-28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대해 살펴볼 때, AI가 셀룰러 감옥 얘기를 하니, 셀룰러 감옥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영국은 세포이 항쟁에서 많은 인도인들을 체포하여 인도에서 격리시키기 위하여 안다만섬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안다만섬에 수용된 인도인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수감될 감옥을 짓게 하였으니, 그 감옥이 셀룰러 감옥입니다.

영국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바큇살처럼 뻗어나가는 감옥을 지었는데, 이렇게 지으면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셀룰러 감옥은 탈옥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으로 악명을 떨쳤다고 합니다.

셀룰러 감옥이 이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하니, 판옵티콘이 생각납니다. 그리스어로 ‘판(pan)’은 ‘모두’라는 뜻이고, ‘옵티콘(opticon)’은 ‘보다’라는 뜻인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처음 이런 형태의 교도소를 제안하였습니다. 벤담은 이런 교도소를 지으면 최소 인력으로 최대 감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공리주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하여 벤담은 프랑스 정부에 판옵티콘 감옥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간수로 나서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급여도 받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요. 그래서 프랑스 의회가 이를 채택하기로 의결하였으나, 그만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면서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이러한 판옵티콘을 미셀 푸코가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에서 철학의 의미로 확장했습니다. 판옵티콘 감옥은 수형자로서는 감시자가 언제 자신을 감시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푸코는 이 사회를 거대한 판옵티콘으로 비유하고는, 현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에게 자신이 보일 수 있다는 심리적 규제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현대인들은 곳곳에 깔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와 흔적이 남는 신용카드 사용, 인터넷, 슬기말틀(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거대한 판옵티콘 안에 들어와 있는 존재일 것입니다.

지금도 이럴진대 앞으로 AI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요? 문득 모든 것을 훌훌 던져버리고 어떤 문명의 이기도 들어와 있지 않은 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으로 들어가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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