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헌법을 위반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수많은 목숨과 피로 맞바꾼 대한민국의 민주 질서를 순식간에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로부터 뼈아프게 배운 바 있는 우리 국민과 국회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계엄령을 빠르게 해제하였고, 지난 4일에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의 허락 없이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세계인들에게 확인해 준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내란 수괴와 그에 동조한 공범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낱낱이 밝히고 그 책임을 끝까지 묻는 것과 동시에 선거를 통해 건강하고 공정한 정치 환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계엄령 선포 이후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122일 동안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했던 골 깊은 사회적 갈등과 매 사건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검찰 권력의 편향성이 남겨준 무겁고도 절실한 숙제도 풀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적 구도나 세대 간, 계층 간의 첨예한 대립을 드러내면서 언론 개혁, 사법 개혁, 정치 개혁을 포함한 사회 개혁이 시급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이 깊은 골은 긴 세월 시나브로 형성된 것으로 그 해결 또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교육 개혁, 교육 혁신을 이야기해야 한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뿌리 깊은 시민의식, 양심을 외면하지 않는 건강한 시민의식은 결국 건강한 교육 환경에서 싹트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과도한 입시 경쟁 교육이 우리 사회에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낮은 출산율, 수도권 집중, 주택 가격 상승, 학생의 정서불안 및 교육 성과 저하, 청소년 삶의 만족도 하락, 대학생의 노동 시장 진입 지연, 지역 소멸 등의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유발한 원인이 입시 경쟁 교육에 있다고 결론지었으며, 그 해결책으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이 보고서는 사람과 사회,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교육에 있음을 주목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계는 민주시민교육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이념의 핵심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경쟁 교육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소수만 성공하는 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있어 모든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도록, 모든 청소년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포함한 낡은 경쟁 교육 체제를 지금 바로 혁신하여야 한다. 그랬을 때라야 우리 청소년들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봄, 전북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새길을 여는 참교육포럼’은 전북 교육 혁신이 대한민국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 되게 하자는 각오로 다시 전북 교육 혁신운동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전북의 청소년은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한 청소년으로 살게 하자!”
“전북의 학교는 ‘미래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한 학교로 바꾸자!”
/노병섭(새길을 여는 참교육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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