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자본시장은 올해 지수 상승을 넘어 거래 인프라와 투자 문화의 변화, 증권사 실적 상승까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 ‘전환점의 해’였다. 코스피는 1975년 지수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주요 글로벌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70% 이상)를 차지하며 ‘역대급 랠리’를 펼쳤다. 연초 불확실성과 여러 충격 요인을 거쳤지만 결국 ‘전인미답’의 고지였던 4200선까지 돌파하며 시장 체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증시는 굵직한 이벤트를 거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4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잇달아 고율 관세를 발표하고, 국내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수는 ‘박스피’ 흐름에 갇혔다.
반전은 6월 대선 이후였다.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 기대,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 겹치며 상장사 실적 전망이 빠르게 개선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며 지수 회복을 이끌었다. 8~9월 정부의 세제개편안 충격으로 코스피는 한동안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가을 들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미 관세 협상 타결, AI발 반도체·전력 랠리 등의 호재가 겹치며 11월 3일 4221.87포인트라는 기록을 썼다.
지수 흐름의 변화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도 바꿔놓았다. ‘박스피’ 오명이 사라지자 개인들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고, 3월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12시간 거래’가 가능해진 것도 매매 참여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증시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투자자 예탁금은 11월 들어 사상 처음으로 88조 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의 4분기 누적 일평균 거래대금은 42조 5000억 원으로 3분기 대비 64.6% 증가했다.
이같은 증시 호황 속 상당수 증권사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며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조 원에 육박하며 ‘2조 원 클럽’ 시대를 열었다. 다른 증권사들은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당기순이익이 1조 원을 넘었으며 키움증권은 유력,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충분한 실적을 쌓으며 ‘1조원 클럽’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과거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정도만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최대 다섯 곳에 달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역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지난달 276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로 늘었고, 시장에서는 “ETF 300조 시대가 눈앞”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증시 강세, AI 관련 테마의 급성장, 국내외 주식형 ETF에 대한 개인 수요 확대가 시장을 직접적으로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 자산도 빠르게 증가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나 은행 대비 수익률 경쟁력이 부각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59조 원으로 전년(432조 원) 대비 6% 증가했다. 업권별 점유율은 은행 52.3%, 증권 24.1%, 보험 22.6%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 자본시장은 올해의 상승 기조와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모험자본 생태계’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종투사 지정을 확대하되, 그에 상응해 모험자본 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추진 중이다.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역시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금융투자사들도 자본 운용 능력과 조달 능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이미 중개 중심에서 운용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향후 업종 경쟁력의 핵심은 자본효율성과 그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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