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성과급' 깎일까봐…'주가 보상' 거부하는 삼성 노조 [현장에서]

2025-10-21

3년 새 회사 주가가 2배가 되면, 직원은 어떨까. 내 회사에 공매도 투자를 한 이가 아니고서야 기쁠 거다. 회사 성장에 일조했다는 보람과 긍지도 느낄 거다. 여기에 1인당 7000만~1억원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주가가 2배 되면 근로자에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20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이하 노조)는 ‘17만 전자’ 달성 시 ‘성과 연동 주식 보상’(PSU)이 현금 성과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공문을 경영진에 보냈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도 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PSU는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3년에 걸쳐 자사주를 주는’ 제도다. 예컨대 2028년 10월 삼성전자 주가가 17만770원(100% 상승) 이상이면 사원은 6800만원, 과장급 이상은 1억 원어치 자사주를 받는다.

그간 삼성전자는 ‘한해살이’식 보상만 해왔다. 반기·연간 목표 달성에 따라 현금 성과급을 줬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양도제한주식매수권(RSU) 같은 장기 보상은 없었다.

이는 회사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오늘의 연구개발(R&D)과 투자가 몇 년 후 결실을 맺는 전자·반도체 산업 특성과도 동떨어졌다. 회사가 기존 현금 성과급에 더해 중장기 주식 보상 PSU를 도입한 배경이다.

그런데 노조는 왜 반대할까. 공문의 논리는 이렇다. 17만 전자가 실현되면 회사가 PSU 지급에만 총 11조원을 써야 하고, 그만큼 그해에 나눠줄 현금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거다. 장기 보상에 대한 기대보다 ‘당해 현금 성과급’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PSU는 주가 상승의 책임이 직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는 공문 대목도 놀랍다. ‘책임을 전가한다’는 표현은 잘못을 떠넘겨 불이익을 줄 때 쓴다. PSU에는 주가 하락 시 불이익은 없고 상승(20% 이상) 시 보상만 있다. 그것마저 ‘책임 전가’라는 건, 주가 상승에 기여할 ‘노력’ 자체가 싫다는 얘기인가.

회사는 자사주 소각과 PSU용 자사주 매입은 별개라고 공시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재차 ‘자사주 소각 회피 목적이 의심된다’며 “상법 개정안 논의 관련해 정부 정책과 연관 있어 방송 3사 포함 여러 매체에 전달 예정이니 상세히 답변 바란다”는 으름장 비슷한 문구도 넣었다.

노조는 왜 이렇게까지 주장할까. 지난 2년간 삼성 반도체가 헤맸고 2023년 말 성과급은 0원이었다. 그러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덕에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2조원의 깜짝 실적을 냈고 증권가는 내년도 호황을 예상한다. 몇 년간 현금 성과급 잘 받을 수 있으니, 장기 보상엔 관심이 적은 건가.

그러나 도돌이표는 안 된다. 삼성은 2017~2019년 메모리 호황 때 안주한 결과 올해 초 ‘30년 D램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반도체 회복으로 숨을 돌린 이번에야말로 삼성의 ‘단기 성과주의’를 바꿔야 하며, 근간인 보상 체계부터 손 봐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적다.

그렇다면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노조는 그간 ‘경영진이 눈앞의 이익에 매여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실기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장기 보상은 됐고, 당장 현금 보상을 최대로!’를 외치는 건 모순이다. 주주가치와 직원의 이해가 함께 가는 장기적 보상 체계는 더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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