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친한 후배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리브골프 코리아 주최 측으로부터 브라이슨 디샘보의 사인 액자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나에게 더 필요할 것 같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브라이슨 디샘보는 평소에도 좋아했던 선수다. 보다 솔직히 말하면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브라이슨 디샘보다. 디샘보가 좋은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선수와 ‘다른 선수’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멋진 백스윙 톱 사진에는 그의 말이 인쇄되어 있었다. 디샘보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나는 실패를 사랑한다. 실패는 나에게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참 멋진 말이고, 디샘보가 어떤 선수이기 이전에 어떤 한 인간인지를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골프 선수들은 다른 어떤 스포츠 선수들보다 명언을 많이 남겼다. 골프가 그만큼 ‘생각하는 운동’이고 ‘수양하는 운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만큼 인생에 비유되는 스포츠는 없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골프에 대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골프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남아 있다.
현대 골프 스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 호건은 역대 통산 승수 4위인 64승만큼이나 많은 명언을 남겼다. 모던 스윙 제조기가 곧 골프 명언 제조기이기도 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갤러리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온 세계가 안다.”
“골프에 나이는 없다. 몇 살에 시작하더라도 실력은 는다.”
“골프의 스코어는 70야드 이내에서 결정된다.”
“어떤 사람을 이기려면 게임으로 이기려 하지 마라. 연습과 노력으로 이겨라.”
디 오픈 최다 우승자인 해리 바든은 “바람은 최고의 스승이다. 바람을 통해 나는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와 함께 통산 82승으로 최다승 타이인 샘 스니드는 “힘을 빼고 천천히 스윙해라. 볼은 결코 도망가지 않으니까”라는, 그야말로 골프 신선급의 명언을 남겼다. 바이런 넬슨은 “백스윙이 끝날 때까지 다운스윙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라는 기술적인 명언을 남겼다.
명언 중에는 오래된 속담처럼 전해 내려오는 말도 있다.
“신사들이 골프를 한다. 시작했을 때 신사가 아니더라도 이 엄격한 게임을 하게 되면 신사가 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한 번의 라운드, 3시간이면 충분하다.”
스코틀랜드 속담에는 이런 말도 있다.
“골프는 3명의 친구로 시작해서 3명의 적으로 돌아오는 게임이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수면 안대에 “골프나 섹스 이외에는 절대 깨우지 마시오!”라고 새겨두었다고 하니, 얼마나 골프를 사랑했던지 알 수 있다. 전설의 코미디언 밥 호프 역시 유명한 골프광이었는데, 그의 입버릇 같은 말이 바로 “나는 골프 그린피를 벌기 위해 무대에 선다”였다.
가장 많은 교습가들의 롤모델이자 레전드인 하비 페닉은 이렇게 말했다.
“고수는 한 타를 버림으로써 위기를 극복하지만, 하수는 한 타를 아끼려다 위기를 자초한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내가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 수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 멘탈이 50%다. 40%가 어드레스고, 나머지 10%가 스윙이다”라며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놀드 파머는 “골프에서 승리는 체력에 있지 않다. 강인한 정신력과 인격에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경쟁을 좋아한다. 이겼을 때 내가 무엇을 해냈는지가 보인다”라고 말했던 타이거 우즈는 “2등은 첫 번째 패배자다”라는 말로, ‘졌잘싸’라는 말에 안주하는 현대인의 마음에 스팅어샷을 날렸다.
“행복이란 퍼터를 들고 긴 거리를 걷는 것이다”라는 문학적인 명언도 있다. 늘 여유 있고 굵게 패인 주름이 만들어내는 미소가 아름다웠던 톰 왓슨의 말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졌을 땐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하고, 이겼을 땐 우아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골프는 잃지 않는 것이다. 스코어도, 볼도, 돈도, 품위도, 우아함도, 여유도,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멋짐도.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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