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는 삶이 시간과의 싸움 같았어요. 그런데 시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라 결국엔 제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죠. 삶은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라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것 뿐이라고.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마음의 평온이 찾아왔고, 내가 보이고, 내 주변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음의 변화를 풍경화로 시각화한 최희순 작가의 개인전 ‘흐름-어울렁 더울렁’ 전시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최 작가는 “한 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삶이 나를 시간에 얽매이게 했지만 그림이 나를 치유했고, 이제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캔버스 위에 선을 긋는 것이다. 짧거나 길게, 굵거나 가늘게 선을 긋는다. 선의 크기와 굵기를 다양화 하고, 여기에 색을 덧입힌다. 작가에게 있어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사이에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그걸 시각화한 것이 선이다.

수없는 선들이 겹쳐지면 공간감이 생긴다. 이 원근감을 작가는 ‘공간(틈) 띄우기’라 부른다. 그 공간과 공간 사이의 또 다른 공간이 무념무상으로 자신을 이끌어준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 선 위에 드러난 산의 형상은 사람과 사람이 언어, 행동, 사고의 다름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충돌들을 표현한 것이다.
최 작가는 “작은 선들을 지속적으로 그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찰나의 시간들 속에 마음의 파편들을 옮겨놓듯 마음이 비워져 간다”면서 “어느 한쪽이 아닌 서로 조금씩 내려놓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음이 넉넉해지는 삶들이기를 희망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