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미래가 매우 유망한 회사들입니다.”
1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GDDR),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메모리 3사 모두 엔비디아의 훌륭한 파트너인 만큼 기회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한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황 CEO는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세계 매체 30여곳 대상 소규모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 중앙일보는 엔비디아의 초청을 받아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검은색 가죽 자켓을 입은 황 CEO는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해 호텔 안뜰과 실내를 오가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1시간50분가량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이날 오전 개막식 행사에서 중국 전통 의상 ‘당복(唐裝)’을 입고 연설 일부를 중국어로 해 화제를 모았던 황 CEO는 오후 기자회견 장소도 중국식 가옥 구조의 호텔을 택했다.

이날 기자들의 관심은 ‘H20’ 수출 재개에 집중됐다. 전날 황 CEO는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H20의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다. H20은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반도체로,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AI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하면서 수출을 금지했다.
황 CEO는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 H20 재고를 완전히 폐기한 건 아니다”며 “H20은 오늘날 엔비디아 제품 중 최고 성능은 아니지만 메모리 대역폭은 여전히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H20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한 경쟁력이 있고 즉각적인 수익으로도 이어질 것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 방문 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기자의 ‘워싱턴은 당신의 중국 방문 계획에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4조 달러 시장 가치 달성을 축하하며 '좋은 여행이 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기자들은 화웨이의 도전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황 CEO는 “화웨이를 폄하하는 사람은 매우 순진하다”며 “화웨이보다 더 훌륭한 휴대폰을 만들거나 통신 기술을 개발한 회사의 예를 들어보라”고 반문했다.
이어 “중국은 신기술 발명뿐 아니라 기술 통합 및 적용 속도도 빠르다”며 “수많은 기업의 경쟁이 역동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중국의 교육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원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올해만 3번째 중국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을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4월에는 다시 베이징을 찾아 경제 사령탑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별도 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방중은 중국 시장 재진출에 방점이 찍혔다. 14일 베이징 내 모처에서 레이쥔 샤오미 CEO와 비공식 일정으로 만났고, 15일에는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과 면담했다.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선 직접 중국어로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손잡고 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