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가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대 관측 사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6일 ‘온실가스 연보’를 발간하고 지난해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가 전례 없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23.9PPM(100만분의 1)으로 2023년보다 3.5PPM 증가했다. 1957년 현대적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으로, 2022~2023년(2.4PPM)을 웃돌았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세가 계속되고 증가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1960년대에는 해마다 0.8PPM씩 증가했으나 2011~2020년에는 매년 평균 2.4PPM씩 늘었다. 종전 최대 증가폭은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3.3PPM이었는데 지난해엔 이마저 뛰어넘었다.
지난해 전 세계 메탄 농도와 아산화질소 농도도 각 1942ppb(10억분의 1)와 338.0ppb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증가폭은 지난 10년간 평균 연간 증가폭보다 작았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대기 중 체류 기간은 각 10년과 114년가량이어서 최대 200년 정도 대기에 머무는 이산화탄소보다 짧다. WMO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인 1750년과 견줬을 때 각각 52%, 166%, 2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WMO는 계속되는 화석연료 사용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으로 꼽았다. WMO에 따르면 전 세계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은 기록적인 수준에서 줄지 않고 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했고, 산림 파괴로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대폭 줄었다. 지난해 볼리비아, 브라질, 캐나다 등 아메리카 대륙의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육지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떨어진 것 역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분포하거나 해양 혹은 육지에 흡수되는데, 지구 평균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매년 상승하면서 생태계의 탄소 흡수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도 대지의 탄소 흡수량을 떨어뜨린다.
WMO는 장기 체류 온실가스로 인해 복사강제력이 5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81%가 이산화탄소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구는 태양 복사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하며 에너지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데, 복사강제력이 변동되면 이 균형에 변화가 생긴다. 복사강제력의 증가는 지구온난화를, 감소는 냉각화를 부른다. WMO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수천년간 지속하며 온난화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기후행동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