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도시의 힘이 된 건축물

2025-09-16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알미르(Almere)는 암스테르담 동쪽에 있는 간척 도시다. 암스테르담과 주변 도시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립을 시작, 197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으니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당초 네덜란드 정부는 알미르를 25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계획했다. 세계 대부분 도시가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한 환경에서 인구 25만 명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알미르는 2005년, 목표 인구를 40만 명 규모로 다시 늘렸다. 암스테르담의 배후도시에 머물지 않고 자급자족 도시로 거듭나면서 인구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6년 말, 인구 18만 명을 넘어선 알미르는 2023년 기준, 20만 7천 명으로 플레볼란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됐다. 게다가 지속적인 개발과 경제적 성장으로 인구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간척 도시이면서도 대단위 녹지 공간으로 ‘숨 쉬는 창조도시’가 된 알미르는 이제 관광도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수요에 따라 도시를 개발하는 독특한 방식이 주효했던 덕분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또 있다. 관광객을 부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알미르에는 스터드 극장, 신공공도서관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가들이 설계한 혁신적 건축물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더 있다. 집단으로 들어서 있는 이 건축물들은 디자인과 형식이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80~90년대, 네덜란드 정부는 렐리스타트 등 간척으로 얻은 대규모 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있었다. 자연히 알미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건설이 본격화되자 이미 대단위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세계적 건축가 대신 ‘경험은 없지만, 의욕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주목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계 각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보다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열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자신들의 실수에서 스스로 배우며 경험을 쌓았고, 장단점을 발견해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이 남긴 알미르의 건축물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실수를 통해 얻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생 도시 알미르가 아니고도 아름답고 서사가 있는 건축물이 그 자체의 힘으로 도시를 성장시키는 선례는 얼마든지 많다. 우리 지역에도 크고 작은 새로운 건축물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도시를 알리고 성장시키는 건축물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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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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