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재' 없는데 피지컬AI 선점? 기업들 실리콘밸리로 떠난다

2025-09-15

AI 로봇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잡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에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연구개발할 인재가 부족하니, 아예 실리콘밸리로 연구기지를 옮기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AI 대전환을 위해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AI 로봇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는 지난달 로봇 인텔리전스랩장으로 크리스 하우저 일리노이대 컴퓨팅·데이터사이언스 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하우저 교수는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국제 콘퍼런스 최우수논문상, 미국과학재단 젊은과학자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로봇 기반 언어모델, 시각 언어모델, 모방학습, 센서 혁신 등 삼성의 ‘로봇 뇌’ 연구개발(R&D)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간 삼성전자가 봇핏·볼리 등 다양한 로봇 제품을 개발해왔지만 큰 빛을 보지 못한 가운데 R&D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재 영입으로 풀이된다.

최근 로봇 연구팀을 강화한 다른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 조직을 두는 추세다. LG CNS는 지난달 산호세에 AI·로보틱스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 올해 초엔 LG전자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마운틴뷰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현대 크래들’을 두고 로봇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인재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인재풀 때문이다. 스탠포드대·UC버클리 등 명문대와 구글·테슬라·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는 정보기술(IT) 혁신에 이어 AI 로봇 혁신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설거지하는 로봇 영상으로 화제가 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다. 이규빈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는 “AI 로봇 연구의 정체 원인이던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의 우수 대학과 협업하고 인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AI 로봇 인재 수요가 커지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6월 기업과 현지 인재들을 연결해주는 커리어커넥트 행사도 처음으로 열었다. 행사에는 LG전자 등이 참가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관계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구인·구직하려는 기업·인재들이 많았다”라며 “현지 호응이 좋아 10월에도 AI 분야 인재와 기업을 연계하는 채용 행사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돈 주고 데려와도, 한국서는 힘들다?

국내에 AI 로봇 인재가 부족하다는 건 정부도 잘 안다. 지난달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도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과제가 포함돼 있다. 다만, 해외 우수 인재들이 한국에 올 유인이 부족하다. 한국에선 제대로 된 로봇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며 “돈 많이 줘서 우수 인재를 한국에 데려온다 해도 한국에선 양질의 연구를 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연구를 마음껏 하고 싶어도 주52시간 규제 때문에 오후 6시 땡 치면 퇴근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해외에서 인재를 데려오려 했는데, '지금 하던 연구를 못 끝내면 밤에 잠도 안오는데, 연구개발 시간을 규제하는 환경에선 일 못한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피지컬 AI 중점 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 500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첨단 사업을 지원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대상에도 AI 로봇이 포함돼 있다. 이규빈 교수는 “기술산업이 발전하려면 인재를 키우고 지원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핵심”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해당 기술을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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