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시간은 금이다’란 격언이 있다. 시간의 가치와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다. 시간은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때를 놓치고 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자원이다.
이처럼 어떤 시간보다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을 우리는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한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사전적으론 ‘어떤 일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를 지칭한다.
▲골든타임은 여러 분야에서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폭넓게 사용된다. 각종 사건ㆍ사고와 재난 현장에선 ‘응급 처치, 인명 구출ㆍ구조, 화재 진압 등 그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초기의 적정 시간’으로 규정한다.
정치권에선 국가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대한 시기나 기회를 가리킬 때 골든타임이란 용어를 쓴다. 일의 형세 또는 상황을 다른 방향이나 다른 상태로 바꾸거나 각종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얘기할 때도 역시 그러하다.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남은 변수로 ‘범 보수 후보 간 단일화’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는 1차 골든타임(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 전)을 넘겨 어제 밤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사실 김ㆍ이 후보 단일화의 1차 골든타임은 본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의 하루 전인 24일이었다. 한데 1차 시한이 지나면서 투표용지엔 두 후보의 기호ㆍ정당ㆍ이름이 그대로 남게 됐다. 이후 단일화가 이뤄져도 투표 당일 투표용지엔 사퇴가 표기되지 않고, 투표소에만 안내문이 게시된다.
▲21대 대선의 사전투표가 29일과 30일 이틀간 전국 3569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김ㆍ이 후보의 단일화 2차 골든타임이자 마지막 시한은 사전투표 전날인 28일이다. 이때까지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성공하면 사전투표 현장에서 인쇄되는 용지엔 하차한 후보의 이름 옆에 사퇴가 표기된다.
만일 사전투표 때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하면 본투표 전 이뤄지더라도 사표(死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단일화 사실을 잘 모르는 유권자가 사퇴한 후보에게 표를 던져 다량의 무효표를 양산할 수 있다는 거다.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