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개월만에 돌연 하반신 마비…휠체어 타고 복귀한 女 앵커의 사연

2025-11-23

입사 4개월 만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방송계를 떠났던 중국 여성 앵커가 휠체어를 타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휠체어 앵커’로 불리는 후난TV 방송인 양이(杨旖)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1979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난 양이는 2001년 인기 채널인 후난TV에 앵커로 입사하며 꿈에 그리던 방송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사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방송 준비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며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검사 결과 청수(靑髓) 혈관 기형 진단이 내려졌고,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결국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분노·절망감이 밀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고 한다. 낯선 이들이 자발적으로 환자를 돕는 모습을 보며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는 것이다.

양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의 유명 작가 석철성(史铁生)과의 만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석철성은 21세에 하반신 마비를 겪은 뒤 인생을 통찰하는 글로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는 양이에게 “젊을 때 어떤 절망을 마주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리 읽고 생각하는 것뿐”이라며 “그래야 절망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 말에 큰 위로를 받은 양이는 공부를 다시 시작해 3개월 만에 중국 명문 커뮤니케이션대학 석사 과정에 합격했다. 그리고 2012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후난TV로 돌아와 중국 최초의 ‘휠체어 앵커’로 시청자 앞에 다시 섰다.

그는 복귀 후 10년 넘게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과 라디오 진행을 맡았고, 책도 여럿 출간했다. 방송 준비를 위해 세 시간 일찍 출근하는 일도 다반사다. 휠체어에 장시간 앉으면 체형이 틀어져 목소리가 흔들릴 때가 있어 발성 연습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양이는 “끈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삶의 어려움과 도전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