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귀화자, 이민자 2세 등 ‘이주 배경 인구’ 비중이 총인구의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의 80% 이상이 생산연령인구(15~64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생·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주 배경 인구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8일 발표한 ‘2024년 이주 배경 인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이주 배경 인구는 27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3만 4000명(5.2%) 증가한 수치로 대한민국 총인구(5180만 6000명)의 5.2%를 차지한다. 총인구 증가율(0.1%)보다도 훨씬 높은 상승 폭이다.
이주 배경 인구는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외국인뿐 아니라 귀화·인지자, 이민자 2세 등 내국인도 포함된다. 통상 학계와 국제사회에서는 이주 배경 인구 비중이 5%를 넘어서면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인구구조 측면에서 한국이 단일 민족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 본격적인 이민·다문화 사회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외국인이 204만 3000명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내국인(귀화·인지·이민자 2세 등)은 67만 2000명(24.8%)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의 증가 폭(5.6%)이 내국인 증가 폭(4.1%)을 앞지르며 전체 이주 배경 인구 증가를 견인했다. 김서영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과장은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결혼 이민자 중심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고 이들이 귀화하거나 결혼을 해 자녀를 낳으면서 가족을 형성해 이주 배경 인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이주 배경 인구의 연령 구조다. 전체 이주 배경 인구 중 생산 활동이 가능한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22만 3000명으로 전체의 81.9%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5%(14만 8000명)에 불과했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한국 전체 인구구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 총인구의 연령 구성이 50대, 40대, 60대순으로 많은 데 비해 이주 배경 인구가 상대적으로 더 젊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66만 명(24.3%)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57만 명(21.0%)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20대 이주 배경 인구는 전년 대비 4만 2000명(8.0%)이나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 현장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이주 배경 인구가 노동 공급의 핵심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주 배경 인구의 거주지는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과 산업 단지 인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56.8%(154만 2000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88만 7000명(32.7%)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7.5%), 인천(6.6%), 충남(6.5%), 경남(6.2%)이 뒤를 이었다. 기초자치단체별로는 제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경기 안산시(11만 3000명), 화성시(8만 5000명), 시흥시(8만 1000명)에 대거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에서의 이주 배경 인구 비중도 주목할 만하다. 총인구 대비 이주 배경 인구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곳은 전남 영암군으로 전체 주민의 21.1%가 이주 배경 인구였다. 이어 충북 음성군(19.9%), 경기 안산시(16.1%)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 배경 인구 비율이 10% 이상인 시군구는 전체 229개 지역 중 17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주 배경 인구가 단순한 노동력 보충을 넘어 지역 소멸을 저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 사회의 미래인 아동·청소년 인구 구성에서도 지각 변동이 감지됐다. 24세 이하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은 73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주 배경 인구의 27.2%에 해당한다.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의 부모 국적은 베트남이 27.2%로 가장 많았고 중국(16.5%), 한국계 중국(12.0%)이 뒤를 이었다. 과거 조선족으로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나 중국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결혼 이민과 유학 등으로 유입된 베트남 인구가 정주하면서 2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김 과장은 "유학, 취업, 결혼 이민자 증가로 인해 베트남 국적 유입이 늘어난 것이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설왕설래] 이주배경인구 증가](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8/20251208516252.jpg)





